그린피스, "현대차, 인도 탄소배출 증가...탈탄소화 저해" 비판
인도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가 더디게 늘고 휘발유 엔진 SUV 판매가 증가하면서 탈탄소화 노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린피스 동아시아는 "현대차와 기아가 친환경 전환에 소극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 통신은 14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그린피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유럽과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차량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같은 기간 인도를 포함한 최소 7개 지역에서는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현지 법인을 상장하며 인도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오는 9월 새로운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이들 업체가 전기차 전환보다는 대형 SUV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인도 전기차 판매 리드
많은 경쟁사들은 아예 인도에서 전기차 판매 없는 실정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인도에서 6종의 SUV를 판매 중이며, 이 중 전기 SUV는 단 1종에 불과하다. SUV는 현대차의 인도 내 판매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경쟁사 마루티 스즈키(40%)보다 높은 비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0% 많고 연비도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기아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첫 번째 인도 현지 생산 전기 SUV 모델인 '크레타(Creta)'를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인도 시장에 전기차 4종을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도 올해 첫 현지 생산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인도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수입 모델인 아이오닉5가 유일했다.
인도는 신차 판매량이 연간 약 400만 대에 이르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그중 약 2%에 불과하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높은 차량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주행 거리 불안 등으로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로이터는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경쟁사들에 비해 친환경 전환 노력이 양호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바겐, 르노, 토요타 등 다른 글로벌 업체들은 인도 시장에서 아직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는 과거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 다른 제조업체들도 탈탄소화 노력이 미흡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