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산불 이후...FSB, "기후변화가 시장공황 초래 위험" 보고서

2025-01-19     이재영 editor

G20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 광범위한 공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16일(현지시각) FT가 밝혔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G20 정상회의의 권고에 따라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되었으며,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15년 기업의 기후 관련 정보공개를 개선하기 위한 TCFD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FSB는 '기후 관련 취약성 평가(Assessment of Climate-related Vulnerabilities)' 보고서를 통해 "홍수, 가뭄, 화재 및 폭풍 등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충격이 대출 감소와 투자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은행은 취약한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며, "이는 현재 재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에서도 기후 위험에 대한 갑작스러운 가격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화재가 초래한 금융 위기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부 주요 보험사들이 주에서 철수하면서 주택보험이 없는 주거지의 약 10%가 최후의 수단으로 비영리 보험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nvas AI 이미지 

이번 보고서는 로스앤젤레스 화재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 속에서 발표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부 주요 보험사들이 주에서 철수하면서 주택보험이 없는 주거지의 약 10%가 최후의 수단으로 비영리 보험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이번 화재로 인해 약 300억달러(약 43조7000억원) 규모의 보험금 지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 재보험사는 자연재해 위험 노출을 줄이기 위해 캘리포니아에서 철수하고 있으며, 이는 보험 이용 가능성을 낮추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FSB는 "기후 위험 증가로 인해 특정 취약 지역에서 보험 이용 가능성이 낮아지고, 보험료가 상승하는 동시에, 재산 손실이 증가하고, 시장 스트레스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보험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손실 62%, 보험 가입 없어

FSB는 기후 변화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손실의 62%는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으며, 이는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 상원 예산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쉘든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 화재는 보험 시장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주택 소유자 보험의 위험 프로필이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1만2000개 이상의 건물을 파괴하고, 최소 25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화재로 인해 보험 비용이 영구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보장 범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주정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규제당국, '납세자 지원 재보험 제도' 제안하기도 

이런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규제당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보험 보장 수준 자체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규제 당국은 기후 재난에 대한 보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납세자 지원 재보험 제도'를 제안했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 홍수와 같은 사례는 이러한 격차를 메우는 방안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영란은행 금융안정 부총재이자 FSB 기후 위험 분석 그룹 의장인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전통적 금융 안정성 분석에 기반을 두면서도 기후 위험의 독특한 측면을 포착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접근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