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전망, 지속가능한 투자... 반ESG 트럼프 행정부 견딜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럽과 미국의 지속가능한 투자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은 기후 행동에 전념하는 그룹인 넷제로자산운용(NZAM)를 탈퇴했다.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도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연이어 탈퇴했다.
이처럼 미국 금융기업이 반ESG 기조에 몸을 사리고 있지만 유럽은 분위기가 다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tate Street Global Advisors), JP모건 자산운용(JPMorgan Asset Management), 핌코(Pimco) 등 미국계 자산운용사는 클라이밋 액션 100+(Climate Action 100+) 그룹을 탈퇴했지만 아문디(Amundi), UBS 자산운용(UBS Asset Management), BNP 파리바 자산운용(BNP Paribas Asset Management) 등 유럽의 거대 투자사들은 탈퇴하지 않은 것이다.
글로벌 투자평가사 모닝스타(Morningstar)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은 전 세계 지속가능한 펀드의 84%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에는 1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말 미국 기반 지속가능한 펀드로의 순유입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 세계적인 순유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속가능한 펀드는 유럽에서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4년 3분기에 전 세계적으로 104억달러(약 15조원)가 추가로 순유입되는 등 지속가능한 펀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 부문은 스스로 재편되고 있다”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했다.
펀드에서 ESG 용어는 사라질 가능성 크지만 지속가능성 투자는 달라진 형태로 계속될 것
FT 가 인터뷰한 펀드 매니저와 분석가들은 "지속가능한 투자의 동의어인 ESG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 추세 자체는 개편된 형태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투자 플랫폼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플랫폼 투자부서 책임자인 에마 월(Emma Wall)은 "넷제로 달성을 위한 세계적 노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4년 임기 동안 자본 흐름을 유지할 만큼 충분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유럽 기업 내부팀이 제3자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후 목표에 대한 조치를 추진할 만큼 충분히 강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FT는 전했다.
물론 ESG에 대한 반발은 유럽에서도 존재한다. 특히 유럽연합이 ESG 투자 포트폴리오에 방산 산업의 주식 비중을 확대하면서 논쟁이 일었다. ESG 투자에서는 환경 파괴, 무기 생산 등 이른바 ‘죄악 산업’으로 불리는 부문을 배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방위 산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투자관리기업 M&G의 지속가능한 펀드 매니저인 존 윌리엄 올슨(John William Olsen)은 "ESG는 더 이상 셀링 포인트가 아닐 것"이라며 "ESG에 어떻게 접근하고 투자자에게 어떻게 설명되는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ESG가 지속가능하거나 환경 친화적이라는 동의어로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25년에는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들이 이 용어를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더 잘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ESG 수석 분석가 도미닉 롤스(Dominic Rowles)는 "ESG는 분명히 분열을 일으키는 용어가 되었지만, 이에 대한 논쟁 중 일부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ESG를 지속가능한 투자와 차별화하며 위험 관리 기법으로 간주하고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워싱 규제, 지속가능펀드 숫자 줄일 가능성도
또한, 최근 몇 년간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국, 영국, 유럽의 규제 당국에서 펀드 분류 기준을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이 나온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영국 금융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 FCA)은 2023년 11월, 지속가능한 투자가 '그린워싱'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명확한 라벨을 표시하고, 이에 따른 설명을 요구하는 지속가능성 공개 요구(Sustainability Disclosure Requirements, SDR) 규칙을 발표했다. 늦어도 올해 4월까지 적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영국 금융감독청의 승인을 받은 금융회사는 펀드를 마케팅할 때 '지속가능성', 'ESG' 또는 관련 용어를 모호하게 언급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롤스 수석 분석가는 "SDR은 투자자들에게 일을 훨씬 더 쉽게 만들어 주고, 관리자들이 말한 대로 일하고 있다는 확신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모닝스타의 리서치 책임자인 호르텐스 비오이(Hortense Bioy)는 이러한 새로운 제도가 영국의 지속가능한 펀드의 수를 상당히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준 약 400개의 펀드에서 1년 안에 최대 150개만 남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