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리협약 탈퇴하자...COP30 개최국 브라질, 베테랑 외교관 의장 임명

2025-01-22     홍명표 editor
 20일(현지시각) 47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파리협정을 탈퇴했다./백악관 홈페이지.

도널드 J.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공언한대로 파리기후협약(이하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다음날, 브라질이 올해 COP30(제30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의장직에 외교 베테랑을 임명했다고 22일(현지시각) FT가 밝혔다. 

파리협약은 2015년 열린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으로,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5년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 등을 요구한다. 미국이 탈퇴한 것은 트럼프1기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에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체제를 완전히 떠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매년 열리는 기후정상회의의 올해 개최국인 브라질이다. 오는 11월 아마존 도시 벨렘(Belém)에서 열릴 예정인 이 회의는 LA화재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협상이 될 전망이었다. 특히 이번 COP30은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협정의 진전을 평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은 전 세계 주요국들이 협력을 통해 이룬 기후 행동의 성과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일본과 인도 대사를 지낸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André Corrêa do Lago)를 COP30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기후정상회의의 최고 직책을 베테랑 외교관에게 맡긴 것이다. 

안드레 의장 후보는 수년간의 외교 경험과 유엔 COP 과정에 대한 깊은 지식을 지닌 인물로, 유엔 기후협상가 대표단으로도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명에 대해 최근 아랍에미레이트와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COP 의장들이 화석연료산업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을 비판해온 환경 활동가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고 FT는 덧붙였다. 

 

아마존 산림 보호와 COP30의 역할

안드레 COP30 의장(가운데)와 룰라 대통령(오른쪽)

룰라 대통령은 환경 보호를 정부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극우 성향의 전임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부 시절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림 파괴가 급증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를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다. 브라질은 이번 COP30을 통해 산림 보호와 국가의 생태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COP30 의장을 맡은 코레아 두 라고는 다자주의 쇠퇴와 우파 정치의 부상이라는 복합적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브라질 비영리 환경단체인 '건강과 행복 프로젝트'의 카에타노 스카나비노는 이를 '힘든 임무'라고 평가하면서도 코레아 두 라고의 경험과 협상 능력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룰라 행정부는 이번 COP30에서 국가 기후 계획을 업데이트하며, 2035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9~67%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브라질은 또한 산림을 탄소 저장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통해 배출량 감소를 도모할 방침이다. 

그러나 룰라 정부는 석유 및 가스 탐사를 수용한 점에서 친환경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산불 문제도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다. 특히, 아마존과 판타날 같은 주요 생물 군계가 직면한 화재 위기는 COP30에서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될 전망이다. 

브라질은 COP30에서 글로벌 기후 자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가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금으로 1조 달러 이상의 부족을 겪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가 1992년 유엔 지구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이후, 브라질은 다시 한 번 세계 기후 리더십을 보여줄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트럼프 1기에 이어 2기 행정부에서도 파리협정 또다시 탈퇴

환경단체들, 법원에 이의 제기

한편, 20일(현지시각) 트럼프는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화석연료 생산 장려, 에너지 생산·사용에 부담을 주는 각종 규제들의 철폐, ‘전기차 확대’ 정책의 폐지 등이 담겼다.  

하지만, 로이터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미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한 미국의 석유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이런 행정명령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이하 DNC)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날 정책이 "근로 가족들에게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DNC의 대변인 알렉스 플로이드(Alex Floyd)는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환경)오염자들에게 무임승차를 허락하는 것은 '미국을 우선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협약 탈퇴 등에 대해서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NGO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의 수석 부회장인 샘 샹카르(Sam Sankar)는 "전쟁이 없는 시기에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은 드물고 검증되지 않아 잠재적으로 법적 취약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뉴스 전문 미디어 인콰이어러(Inquirer)에 의하면, 비평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세계적 협력을 훼손하고 중국과 인도와 같은 주요 오염국이 약속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도 파리협정 참여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