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원 보너스와 ESG 연계기업 속속 늘어난다... 치포틀레, 애플, 맥도널드, 스타벅스

2021-03-09     박란희 chief editor
미국의 유명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점 '치포틀레 멕시칸그릴'이 ESG 성과와 임원 보상을 연계하겠다고 발표했다./픽사베이

 

미국의 유명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점인 ‘치포틀레(Chipotle) 멕시칸그릴’은 4일(현지시각) ESG 성과지표와 임원 보상을 연계시키겠다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기업 임원 인센티브의 10%를 회사의 세 가지 ESG 목표 달성과 결부시키겠다는 것이다. 치포틀레의 ESG 목표는 ▲유기농 및 지역의 재생 농산물 구매 증가(2020년 3100만파운드→2021년 3700만파운드) ▲공급망 및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한 기업의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Scope)3 배출량 공개 목표를 2021년 12월 31일까지로 당초 계획(2025년)보다 앞당길 것 ▲인종 및 성별 임금 형평성을 유지하고, 여성과 유색인종의 고용 확대 및 승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8만8000명의 고용인원) 등이다.

미국에서 최근 기업 임원의 인센티브(보상)와 ESG 성과를 연계하는 사례들이 여럿 생겨나고 있다. 지난 1월, 애플은 경영진의 상여금 결정에 ESG 관련 성과를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은 주주총회 안건 통지문을 통해 “환경과 조직 내 다양성, 직원 간 통합 등 6가지 ESG 목표를 경영진 성과와 연계해 10% 범위에서 현금 보너스 정책 지급액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유럽기업 11%가 ESG와 임원 보상 연계, 미국 2%뿐

최근의 추세는 지금까지 재무적 성과(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에 전적으로 근거한 경영진 보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시도다. 특히 ESG 중에서 임원 보상의 주요 근거로 제공되는 것은 기후변화와 조직 내 형평성 및 다양성과 같은 E(환경)와 S(사회) 측면이 많다. 결국 이는 ESG 리스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며, 리스크를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임을 보여주는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글로벌 경영자문그룹 월리스 타워 왓슨이 지난해 실시한 이사회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상위 350개 기업의 약 11%가 CO2 배출량을 기업 임원 보상 계획과 연계하고 있는 반면, 미국 S&P 500 기업 중 2%만이 이 같은 임원보상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책임자인 샤이 가누(Shai Ganu)씨는 “기업의 초점은 기후변화와 환경조치, 조직의 포용성과 다양성 이슈, 인적 자본 관리 등의 ESG 우선순위와 임원 보상계획을 서로 연계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ESG 성과목표 달성에 무관심했던 미국 기업들도 하나 둘씩 달라지고 있다. 소비재기업 클로락스(Clorox)는 2019년 CEO와 CFO 보상을 온실 가스 배출 감축 및 플라스틱 포장재 감소 등과 연계시켰다. 클로락스는 2030년까지 최초사용플라스틱(virgin plastic) 포장재 및 섬유 50% 감축,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 100% 재활용 혹은 재사용 등의 목표를 갖고 있다. 2019 회계연도에 벤노 도레르 CEO는 930만 달러 가량, 케빈 제이콥슨 CFO는 230만 달러 가량을 월급과 함께, 각각 120만 달러, 33만1650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회사측은 “보너스에는 ESG 성과달성과 연계된 보너스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클로락스측은 “석유회사인 로얄더치쉘과 BP가 경영진 보상과 지속가능성 목표를 연계시키는 것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석유기업인 로열더치 쉘(Royal Dutch Shell)은 지난해 4월 CEO 벤 반 뷰르덴(Ben Van Beurden)의 전년 보수를 51% 삭감했다. 사망사고 증가와 경영실적 하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2019년 쉘의 사망사고는 7건으로, 전년(2건)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석유 및 가스 생산량과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가 목표치에 미달하자, CEO의 연봉은 956만 유로(약 129억원)로, 1년만에 51%나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편, 맥도날드는 2025년 말까지 리더십, 선임 디렉터 이상의 직급에 여성 비중을 37%에서 45%, 소수집단의 비중을 29%에서 35%로 높일 예정이다. 나아가 다양성 성과 목표와 임원 보너스를 연계해 임원들이 리더십 다양성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연간 보너스 225만 달러의 15%를 지급받지 못한다. 

스타벅스 또한 2025년까지 흑인 및 소수인종 직원 채용 30%를 목표를 경영진 보상과 ESG를 연계하고 있다. 

 

단기실적 중심의 재무지표를 보완할 장기 목표 중심의 ESG 

이 같은 흐름은 많은 기업들에서 처음 시도되는 초기 단계다. 아직까지 지속가능성과 임원 보상을 연계한 기업이 경영실적이 좋다는 명확한 데이터는 나온 게 없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재무지표는 단기 실적 중심인데 반해, 지속가능성 목표 혹은 ESG 지표는 그 성격상 장기적이기 때문에, ESG 지표와 임원 보상을 연계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월리스 타워 왓슨이 응답기업의 5곳 중 4곳(78%)가 향후 3년간 ESG를 기업 경영진 인센티브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계획을 밝혔다. ESG 성과측정 기준을 정할 때 기업이 꼽은 가장 큰 어려움은 목표 설정(52%), 성과 측정 식별(48%), 성과측정 정의(47%) 등이 꼽혔다. 어떤 ESG 성과를 임원 인센티브와 연계해야 하는지 그 목표 설정부터 조직 내에서 의견 일치를 이뤄내야 한다. 이는 해당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임원과 종업원의 임금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껏해야 일부분에 불과한 기업 임원의 보상 조정과 ESG 성과를 연계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냉소적인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2019년 미국 CEO 대 일반직원의 임금격차는 320 대 1로, 1989년 61 대 1에 비해 5배나 늘어났다. 기업 내에서 직원과 임원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 보상과 ESG 성과를 연계시키는 전략은 국내외에서 향후 널리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원이 자신의 KPIs에 ESG가 포함되는 순간, ESG는 높은 우선순위를 갖게 되고 이는 단기간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