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경의 ESG 딥다이브】트럼프2기 출범, 미국 영향과 국내 시사점
- 취임 첫날 78개 행정명령, 바이든 지우기 -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 에너지 시장 구조 차이 적어 - IRA와 초당적 인프라법,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막을 수 있나 - 미국의 기조는 참조...독자적인 ESG 정책 필요해
취임 첫날 78개 행정명령, 바이든 지우기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다자협정인 파리협정과 국제기구인 WHO를 탈퇴하는가 하면, 지난 2017년 취임식에서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ACA)의 폐지 준비를 위한 1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과 달리 이번 취임식에는 무려 78개의 바이든 정권의 행정명령 철회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4년간 바이든이 명한 159개의 행정명령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이다. 트럼프는 지난 2021년 바이든이 취임식 날 세운 15개 행정명령 서명 기록을 넘어, 취임 첫날 가장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대통령이 되며 강력한 대통령권 행사 의지를 보여줬다.
취임식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앞에 두고 바이든 정권의 에너지·환경 정책, 노동 및 이민 정책 등을 부정하며 “비합리적이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도발적인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2021년 1월 국회의사당을 습격해 유죄판결을 받은 지지자 1500명을 사면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명확한 시그널을 전달했다.
정권 출범에 따른 변화 중 파리협정 탈퇴 및 미국의 에너지·환경 정책의 변화는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차와 배터리 등 미국 내 관련 산업 내 투자를 확대한 우리 기업에도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ESG 관점에서 그 추이를 특히 주의 깊게 살펴볼 사안이다.
향후 미국 내 에너지 및 친환경 산업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트럼프와 바이든 정권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실제 미국 에너지 산업 구조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수치를 통해 살펴보고, 행정명령의 특징과 한계를 분석해 그 영향을 일부나마 가늠해 보고자 한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부, 에너지 시장 구조 차이 적어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 핵심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 달성과 이를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이라면,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변화 의제를 배제하고, 산업기반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로 에너지의 가격 경쟁력과 자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기와 2기의 에너지 정책은 그 골자가 동일하다. 석탄을 포함한 저렴한 화석연료 개발을 장려하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나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확대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미국 에너지 우선주의(American Energy Dominance)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집권 1기와 바이든 집권기 미국 에너지 시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취임 당해 미국 전력발전 내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의 비중은 32.2%였으나 마지막 해인 2020년 천연가스 비중이 40.6%로 크게 증가했다. 천연가스만 보면 트럼프의 정책이 화석연료 확대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 것 같으나, 석탄의 비중은 2017년 29.9%에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 19.3%까지 크게 하락했다. 줄어든 석탄 수요가 천연가스 수요로 전환되었고, 전력발전 내 재생에너지 비중도 2017년 17.6%에서 2020년 19.5%로 증가했다.
바이든 정권 들어서도 미국 내 전력발전에서 석탄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 들어 2024년 10월 누계 기준 15.1%를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 집권기보다는 완만한 하락 폭이며 전력발전 내 천연가스의 비중은 43.8%로 여전히 천연가스 비중은 증가했다. 한편,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2.6%로 2020년 19.5% 대비 그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처럼 전력 발전 시장에서의 에너지원 비중의 경우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의 에너지 정책 차이에 따라 극명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청정에너지 전환을 강조한 바이든 정권에서 유럽향 액화천연가스 증가에 힘입어 미국의 천연가스의 수출은 트럼프 1기 정권보다 크게 확대됐다. 2023년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량은 2020년 수출량 대비 44% 증가했고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바이든 정권하 미국의 1차 에너지 순수출량 역시 트럼프 1기 대비 크게 확대됐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권의 정책 차이 대비 미국 에너지 시장 구조 변화가 크지 않았던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트럼프의 정책 실현 도구인 행정명령에 의한 규제 완화가 화석연료 개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과 바이든의 보조금 및 세제혜택 지원 등에 의한 투자 집행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전력망에 연결되지 못한 상당한 양의 대기용량 등이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너지 기업의 투자는 글로벌 중장기 에너지 수급 전망은 물론이고 정책변화 변수까지 감안해 보다 장기적인 시각 하에서 투자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정책의 변화에 따라 속도에 영향은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이어진 재생에너지 확대와 석탄의 천연가스 대체라는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RA와 초당적 인프라법,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막을 수 있나
트럼프 2기 정책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국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의 특징과 한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행정부에 직접적인 정책 방향을 지시하거나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법적 도구로 의회의 추가 승인 없이 즉시 효력을 가져 행정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행정명령은 법률의 구체적인 시행 방법이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집행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법률 자체를 철회하거나 무효화할 수 없고 법률의 폐지나 개정은 또 다른 입법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초당적인프라법과 IRA에 따른 자금배분을 일시 중단하고 정책과 프로세스를 점검할 것을 행정명령으로 지시했으나, 집행을 지연하더라도 이미 편성된 예산을 취소할 수는 없으며 바이든은 퇴임 직전까지 초당적인프라법과 IRA에 근거한 최대한 많은 예산의 집행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행정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주정부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관련 예산의 집행의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소송 등이 제기될 수도 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행정명령으로 집행을 지연하며 새로운 입법을 시도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상·하원의 의석 차이가 크지 않은 가운데 두 법안에 의해 배분된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예산 등이 텍사스주, 조지아주, 플로리다 주 등 공화당의 주력 주에 상당 부분 배분됐다는 점도 그러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미국의 기조는 참조...독자적인 ESG 정책 필요해
트럼프 정권의 출범과 함께 당분간 ESG 강화 기조가 후퇴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해 내려진 규제의 상당 부분은 철폐 및 축소될 수 있으며 집행이 중단된 상태인 SEC의 기후공시 규제도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등 개별 주정부 차원에서 ESG 규제 강화가 지속될 수 있으며, 미국의 대표 혁신 기업들은 기후 및 녹색기술에 대한 장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캘리포니아 산불, 하와이 산불처럼 기후변화의 실질적 위험이 확대됨에 따라 기후단체 및 이해관계자들의 트럼프의 기후변화 대응 후퇴 정책에 대한 소송 등도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의 기조 변화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대응을 요하는 요소이지만, 우리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이나 ESG 기조가 미국의 변화에 연동되어 변화가 그대로 투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SG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과 이를 위한 회복탄력성은 기본적으로 장기에 기반한 개념이며 내부 진단과 자체 상황에 적합해야 한다. 미국의 변화를 예의 깊게 살피며 효과적으로 대응하되,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철학과 가치에 기반하되 실리와 균형을 이루는 우리만의 ESG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하겠다.
☞ 이선경 대표는
이선경 그린에토스랩 대표이사는 신한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채권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주식 애널리스트를 거쳐 CJ경영연구원과 CJENM, CJ제일제당 등에서 전략기획, 재무전략/IR 팀장, 대신경제연구소에서 ESG센터장을 역임했다. 2024년 3월 그린에토스랩을 설립해 ESG공시 및 공급망 컨설팅과 녹색기술/녹색금융 고도화 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금융기관의 ESG모델 및 ESG적용 프로세스 구축, ESG 평가 등을 장기간 수행했고, 정부 기관의 공급망 ESG플랫폼 구축, 환경DB분석 및 산업별 환경성 평가체계 수립 등 금융과 기업에 적용되는 ESG체계 구축 및 전략수립과 경험을 보유한 ESG 전문가이다. 다수의 정부 기관 및 에너지 유관기관에서 ESG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