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 탄소배출권 시장 지배…청정에너지 투자 축소 속 크레딧 의존 증가
영국의 석유기업 셸(Shell)이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최대 구매자로 부상했다.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석유·가스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투자를 축소하는 가운데 탄소 크레딧을 활용해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셸, 2024년 1490만개 크레딧 소각해…누적량도 1위
셸은 2030년까지 스코프3 배출량을 2016년 대비 15~2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탄소크레딧을 활용하고 있다. 탄소 시장 분석기관 MSCI 카본 마켓(Carbon Markets)의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셸은 2024년 글로벌 시장에서 1490만개의 크레딧을 소각해, 2위인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Eni)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탄소 시장 데이터기관 얼라이드오프셋(Allied Offsets)의 데이터에서도, 셸은 지난해 다수의 탄소 크레딧 계약을 체결하며 눈길을 모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거의 3배 많은 크레딧을 지난해 소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라이드오프셋에 따르면, 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크레딧을 누적 소각했다.
1크레딧은 거래는 대기에서 제거하거나 감축한 온실가스 1톤을 나타낸다. 크레딧을 상쇄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소각(retirement)'해야 하며, 이는 크레딧을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단 한 번만 감축 효과를 인정받도록 한다.
셸은 “우리는 탄소 크레딧을 활용해 고객이 가정과 운송, 제품 생산,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사용하는 배출량을 상쇄한다”고 밝혔다. 셸은 또한 “탈탄소화는 배출 감축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기술 대체가 신속히 이뤄질 수 없는 경우 크레딧을 통해 상쇄한다”고 덧붙였다.
화석연료 업계, 탄소배출권 사용 비중 40% 넘어
MSCI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약 14억달러(약 2조원)로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화석연료 업계는 지난해 사용된 탄소 크레딧의 40%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셸, BP,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에니, 에퀴노르(Equinor) 등 유럽 석유 기업들은 여전히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려면 탄소크레딧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규제 밖에서 운영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은 그동안 이중 계산, 원주민 권리 침해, 부실한 방법론 등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이에 따라 에너지 기업들은 신규 크레딧 구매를 일부 중단하고 있으며, 대신 기존 보유분을 활용해 기후 목표 달성에 활용하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기업들은 AI 기반 에너지 소비 증가에 대응해 향후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크레딧 계약을 지속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CEO 디르크 포리스터(Dirk Forrister)는 “기술 부문의 탄소 크레딧 사용이 일부 증가한 반면, 석유·가스 기업들은 다소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