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젤딘 전 뉴욕 의원, EPA 청장으로 최종 승인

- 상원, 공화당 주도로 EPA 청장 인준... 결과는 56대42 - 트럼프의 기후 규제 완화 정책, 제동 풀리나?

2025-02-03     고현창 editor

미국 상원은 29일(현지시각) 공화당 출신 리 젤딘(Lee Zeldin) 전 뉴욕주 하원의원의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의 청장 인선을 최종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현지시각) 전했다. 

젤딘은 내정 당시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되찾고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의 인선이 최종 확정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규제 정책을 철회하고 석유 산업의 확대를 더욱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리 젤딘(Lee Zeldin)이 EPA의 수장으로 최종 인준받음. / EPA 홈페이지 보도자료

 

상원, 공화당 주도로 EPA 청장 인준... 결과는 56대42

지난 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양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이번 EPA 청장 인사 인준에도 56대 42라는 결과로 무리 없이 통과시킬 수 있었다. 특히 민주당의 상원의원은 45명이나, 민주당 소속의 마크 켈리(Mark Kelly)(애리조나)와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애리조나), 존 페터먼(John Fetterman)(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3명이 젤딘 임명을 지지하면서 이탈표가 나왔다. 

마크 켈리의 경우 기후와 관련된 법률 발의를 하기도 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에 가뭄 완화를 위한 보조금이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했었다. 무엇보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해리스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점쳐지기도 했을 정도로 기후 대응에 있어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인물이다. 그를 포함하여 지지표를 던진 3명의 의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는 애리조나 주를 대표하는 의원이었던 만큼 가뭄 대응과 수자원 접근성, 농촌 경제개발 등이 주안점이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개발 기조가 맞물렸을 가능성이 있다.

청문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젤딘에게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리 젤딘은 EPA에게 온실가스를 규제할 권한이 있는 건 맞으나 이를 의무적으로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큰 반전 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규제 완화 방향성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기후 규제 완화 정책, 제동 풀리나?

EPA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위험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으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CAA)에서 보장하는 EPA의 권한이다. 그리고 2007년 대법원 판결(Massachusetts v. EPA)에 따라, 온실가스를 인간 건강과 환경을 해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한 EPA의 위험성 판정이 인정됐다. 이는 EPA가 발전, 자동차 산업 등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된다. 

젤딘은 청장으로 부임 후 규제 완화를 통해 이러한 법적 권한과 영향력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과거 하원의원 시절에도 환경 관련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비록 결과적으로 패배했으나 2022년 뉴욕주 주지사 선거 출마 당시, 뉴욕 내 캘리포니아의 '무공해차 프로그램' 가입에 따른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따라서 젤딘의 임명은 트럼프의 기후 규제 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기후 규제 완화 정책에는 대표적으로 석유 및 가스 시추 규제 완화, 세금 감면 혜택 폐지를 통한 전기차 사용 확대 중단, 발전소 및 차량의 탄소 배출 제한 완화 등이 있다. 한편 트럼프는 교통부의 주요 정책으로 자율주행 차량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배출 제한을 완화해야 하기 때문에, EPA를 통해 위험성 판정을 완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이를 적극 보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원 환경위원회 위원장인 셸리 무어 카피토(Shelley Moore Capito)(공화당, 웨스트버지니아)는 젤딘의 인준을 환영하며 그를 "자격을 갖춘 인물이며, 경제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국토, 대기, 수질을 보호하는 EPA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환경단체 측에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에버그린 액션(Evergreen Action)의 레나 모핏(Lena Moffitt) 이사는 젤딘이 "필수적인 안전장치를 철회하여 미국인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