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펀드, 금리 인하 기대 속 회복세... 에너지 전환 투자도 사상 최대 기록

- 유럽, ESG 시장 주도... 금리 인하 기대감 속 채권형 펀드 인기 - 중국, 글로벌 에너지 전환 투자 1위… 검증된 기술 대비 신기술 투자는 위축돼 

2025-02-04     이재영 editor

2024년 4분기 글로벌 ESG 펀드 시장이 연중 최대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30일(현지시각) 모닝스타는 '4분기 글로벌 ESG 펀드 흐름 증가(Global ESG Fund Flows Increase in Q4)' 보고서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ESG 채권형 펀드로의 투자 흐름이 강해졌으며, 유럽 시장이 성장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ESG 투자에 대한 반발이 지속되면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ESG 시장 주도... 금리 인하 기대감 속 채권형 펀드 인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글로벌 지속가능 개방형 펀드(투자자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60억달러(약 23조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되며 연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3분기(92억달러, 약 13조원) 대비 74%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글로벌 ESG 펀드 자금 흐름(Annual Global ESG Fund Flows) / Morningstar

다만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23년 대비 ESG 펀드의 순유입 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ESG 투자 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정치적 논란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 ESG 펀드 자산은 2024년 말 기준 3조2000억달러(약 4695조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8% 증가했으며, 2018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성장했다. 다만, 연간 기준 순유입액은 2023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ESG 투자 시장이 여전히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정치적 논란의 영향권에 있음을 보여줬다. 

유럽은 전체 ESG 펀드 자산의 84%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4분기 185억달러(약 27조원)의 순유입을 기록했으나, 성장률은 0.65%로 일반 펀드 시장(1.20%)을 하회했다. ESG 요소를 고려하는 Article 8 펀드가 채권형 상품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반면, 보다 엄격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가진 Article 9 펀드는 5분기 연속 자금이 유출됐다.

채권형 상품의 인기에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주식 대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채권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 채권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채권의 가치가 상승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Article 8 펀드의 경우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지만 지속가능성을 핵심 목표로 하지는 않는 반면, Article 9 펀드는 탄소 감축 등 명확한 지속가능 목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Article 8 펀드를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ESG 펀드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자금 유출이 심화됐다. 4분기 유출 규모는 43억달러(약 6조원)로, 3분기(20억달러, 약 3조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 또한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시장 상승에 힘입어 총 자산은 3440억달러(약 504조원)로 6.3% 증가했다.

아시아(일본 제외)에서는 대만이 신규 유입 자금 중 33%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태국은 신규 펀드 출시와 강한 자금 유입으로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싱가포르는 기후 관련 ETF를 중심으로 8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전체 운용자산은 4% 증가한 737억달러(약 108조원)를 기록했다.

 

중국, 글로벌 에너지 전환 투자 1위…

검증된 기술 대비 신기술 투자는 위축돼 

ESG 펀드 회복세와 함께 글로벌 에너지 전환 투자도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NEF는 ‘에너지 전환 투자 동향 2025(Energy Transition Investment Trends 2025)’ 보고서에서 2024년 글로벌 저탄소 에너지 전환 투자도 사상 처음으로 2조1000억달러(약 3081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특히 전기화 운송(7570억달러, 약 1110조원), 재생에너지(7280억달러, 약 1068조원), 전력망(3900억달러, 약 572조원) 부문이 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부문별 투자 현황 / 블룸버그NEF

주목할 만한 점은 검증된 기술과 신흥 기술 간의 투자 격차다. 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 전기차, 전력망과 같이 검증된 기술 분야는 1조9300억달러(약 283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14.7%의 성장을 보여줬지만, 히트펌프 같은 전기 기반 난방, 수소, 탄소포집·저장(CCS), 원자력, 청정산업 등 신흥 기술 분야의 투자 규모는 1550억달러(약 227조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중국은 8180억달러(약 1200조원)를 투자하며 미국(3380억 달러, 약 496조원), EU(3810억 달러, 약 559조원), 영국(653억달러, 약 96조원)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중국의 투자 증가분이 전체 글로벌 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지역별 청정 기술(Clean-Tech) 공장 투자 규모 현황 / BloombergNEF

블룸버그NEF는 2050년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2025~2030년 연평균 5조6000억달러(약 8216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현재 투자 수준은 이 목표치의 37%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교통 수단의 전기화 전환 부문에서 가장 큰 투자 갭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목표 달성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독일과 영국이 그 뒤를 이었다.

블룸버그NEF 수석 부사장 앨버트 청(Albert Cheung)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높은 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산업 탈탄소화, 수소, 탄소포집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