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 뉴욕 상장 막히자 런던行… 영국 의회·시민단체, ‘위구르 강제노동’ 정조준

- 인권단체, 규제당국에 14일 내 답변 요구… 법적 절차 착수 - 영국 의회도 쉬인 강제노동 문제 강력 규탄... - 쉬인, 뉴욕 상장 막히자 런던 상장으로 선회 - JBS도 인권 문제로 IPO 제동… 강제노동, 투자자 리스크로 본격 부상

2025-02-05     이재영 editor

중국계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의 런던증권거래소(LSE) 상장(IPO)이 위구르 강제 노동 문제로 암초에 부딪쳤다.

영국 인권단체 ‘스탑위구르제노사이드(Stop Uyghur Genocide, SUG)'는 영국 금융감독청(FCA)가 이번 IPO를 승인할 경우 법원에 사법 심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SUG는 쉬인의 공급망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영국의 현대노예방지법(Modern Slavery Act)과 범죄수익법(Proceeds of Crime Act, POCA)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쉬인 글로벌 웹사이트  

 

SUG, FCA에 14일 내 답변 요구… 법적 절차 착수

3일(현지시각) SUG의 법률대리를 맡은 영국 인권 전문 로펌 리 데이(Leigh Day) 리카르도 가마(Ricardo Gam) 변호사는 "FCA는 런던증권거래소가 강제노동과 연관된 기업들의 자본 조달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FCA가 대마초 관련 제품 생산 기업의 상장을 불허한 것처럼, 강제노동 혐의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CA는 2020년 9월 대마초(Cannabis) 관련 기업의 영국 주식시장 IPO 허용 여부에 대한 공식 지침을 발표, 마리화나 등 오락용 대마초 취급 업체는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라 할 지라도 영국 내 상장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단, 의료용 대마초 기업의 상장은 조건에 따라 가능하다.    

리 데이 측은 이미 FCA 측에 사전 소송 절차 서한(Pre-Action Protocol Letter)을 발송했다며, 이는 사법 심사 진행을 위한 첫 단계라고 밝혔다. 해당 서한을 받은 정부 기관은 14일 내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 

FCA가 이번 서한에 응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FCA는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특정 기업의 IPO 신청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CA 니킬 라티(Nikhil Rathi) 청장 또한 지난해 12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에 상장된 기업들이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며 FCA의 핵심 역할은 기업의 모든 경영 행위를 규제하기보다는 투자자들에게 법적 리스크를 충분히 공개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FCA의 태도가 경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국 법률 전문 시민단체 굿로프로젝트(Good Law Project, GLP) 의장 졸리언 모험(Jolyon Maugham)은 "노동당 정부가 단일시장(EU Single Market) 가입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브리튼의 명성을 희생시켜 비용을 충당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U 탈퇴로 인한 런던 증시 경쟁력 하락 문제 해소를 위해 영국의 대외 신뢰도를 희생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쉬인은 2023년 11월 비공개로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했으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런던 증시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SUG는 쉬인이 신장 위구르족 강제 노동과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FCA가 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IPO를 승인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2년 11월 블룸버그가 실시한 실험 결과, 쉬인의 일부 의류에서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가 포함돼 있었다. 미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면화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 의회도 쉬인 강제노동 문제 강력 규탄

영국 의회도 쉬인을 직접 추궁하고 나섰다. 지난 1월 7일(현지시각) 영국 하원 기업·에너지·산업전략위원회는 쉬인과 경쟁업체 테무(Temu) 관계자를 불러 공급망 내 강제 노동 연루 가능성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쉬인 측 법률 대리인 주이난(Yinan Zhu)은 “지정학적 논쟁에 개입할 위치가 아니다”라며, 신장 면화 사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전 세계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에 따라 중국을 포함한 승인되지 않은 지역의 면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국 등 다른 시장에서는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산 면화 사용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암 번(Liam Byrne) 위원장은 “쉬인 측 답변은 공급망 신뢰성을 증명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쉬인이 핵심 질문을 회피하는 태도가 “의회를 모독하는 수준”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JBS도 인권 문제로 IPO 제동…

강제노동, 투자자 리스크로 본격 부상

강제 노동 이슈가 기업의 상장 심사에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육류업체 JBS도 인권 문제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JBS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서에서 인권 관련 약속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글로벌 인권 관련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EU는 이미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를 2024년 7월 공식 발효, 2027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며, 유엔책임투자원칙(PRI) 또한 PRI 가입 기관들에게 2025년까지 인권 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 HRDD) 보고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ESG 주주제안에서도 인권 및 노동 이슈가 주요 안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동자 건강, 안전, 임금 등이 주요한 투자자 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업의 인권 실사 및 노동 환경 개선 요구가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E&S 주주 행동주의 부문별 이슈 추이 / RBC 캐피털

실제로 캐나다 투자은행 RBC 캐피털은 2022년 4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2021년 주주제안을 포함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 중 인적 자본(Human Capital & Work Force) 이슈가 주주행동주의에서 기후변화를 제치고 최다 안건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