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후 리더십 공백…중국·유럽 기후 연대 구축해야
- ETC 위원장, 기후 대응을 위한 ‘나머지 세계의 협력’ 촉구 - 유럽,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FDI)를 수용할 의지 보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기후변화 정책에 대응해 중국, 유럽연합(EU), 영국이 기후 대응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싱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nergy Transitions Commission, ETC)의 아데어 터너(Adair Turner) 위원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가 기후변화를 ‘진보주의자들의 조작’이라고 믿는 것이 큰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정책 후퇴에 맞서 국제사회가 독자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TC 위원장, 기후 대응을 위한 ‘나머지 세계의 협력’ 촉구
터너 위원장은 “미국 없이도 효과적인 기후 협정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과 서방 국가 간 저비용 친환경 기술 협력이 절실하다며, 이는 파리협정이 설정한 기온 상승 상한선인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내 제한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터너 위원장은 영국 정부의 기후변화정책 공식 자문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CCC)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기후 정책 전문가다.
터너 위원장은 중국이 전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지만, 전기차·태양광 패널·배터리 저장과 핵심 광물 공급망을 주도하는 국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의 “능력주의, 기술주의, 엘리트 시스템”을 높게 평가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임기 동안 미·중 갈등이 고조됐음에도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을 지속했다 특히 존 케리 전 미국 기후특사와 셰전화 전 중국 기후대표 간 협력은 2021년과 2023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협상의 핵심 동력이었다. 터너 위원장은 “미·중 협력 약화로 COP 프로세스의 추진력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며 “EU, 영국, 중국이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수용할 의지도 보여야
EU는 지난해 중국 전기차에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 정부의 산업 보조금 제공 문제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터너 위원장은 “관세 조치는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유럽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수용할 의지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야디(BYD)의 영국 공장 설립이나, 스텔란티스와 CATL이 스페인에서 설립을 추진하는 리튬 배터리 공장과 같은 산업 협력을 예로 들었다.
터너 위원장은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저렴한 중국산 친환경 제품이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과 같은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높여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주요 탄소 배출국과 EU 간의 핵심 갈등 요소 중 하나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터너 위원장은 “CBAM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BAM은 철강, 시멘트, 비료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에 대해 수출국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