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내연기관·하이브리드 투자 지속…슈퍼볼 전기차 광고도 주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BMW가 전기차 전환의 변동성을 우려하며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 최대의 광고 무대로 알려진 슈퍼볼 광고에서도 전기차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여파가 확인됐다.
BMW, 전기차·내연기관·하이브리드 병행 전략 유지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BMW는 전기차 판매 둔화 조짐이 나타나기 전부터 다각적인 전략을 유지하며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BMW의 고객·브랜드·세일즈를 총괄하는 요헨 골러(Jochen Goller) 이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한 방향으로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이 과정은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향후 몇 년간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더라도, 휘발유 차량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전기차 출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BMW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42만6594대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으며, 전체 판매량의 17%를 차지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모델 비중은 24%였다. BMW는 유럽연합(EU)의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준수하는 데 있어서 경쟁사 대비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으며, 미국 내 생산 비율이 65%에 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한 무역 관세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도요타(Toyota)와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멀티 에너지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BMW는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과 동일한 디자인과 외관을 갖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차별화를 두고 있다. 골러는 “소비자들이 차량의 동력원에 따라 차별받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우리 전략을 이제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볼 광고서 전기차 존재감 희미…내연기관 모델도 함께 강조
9일(현지시각) 진행된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에서도 전기차를 전면적으로 홍보한 브랜드가 거의 없어 완성차 시장 전반의 전기차 캐즘과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의 영향이 확인됐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을 앞두고 자동차 광고를 선보인 브랜드는 스텔란티스의 지프(Jeep)와 램(Ram)뿐이었다. 그마저도 전기차 모델과 내연기관 모델이 함께 소개됐다. 지프는 광고에서 “자유란 한 사람에겐 엔진의 포효이고, 또 다른 사람에겐 고요함”이라며 내연기관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조했다.
다만, 광고 감소의 원인으로는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광고 지출이 축소된 점도 지목됐다. 슈퍼볼 광고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즉각적인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기차는 최근 몇 년 사이 이미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개념이 됐다. 애드위크(Adweek)에 따르면, 2012년 슈퍼볼 광고의 40%를 자동차 브랜드가 차지했으나, 2024년에는 8%로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