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글로벌 기후·인권 평가서 중위권...중국 추격 비상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의 기후·인권 대응 평가에서 중위권에 머물렀다. 글로벌 기후·인권 단체들의 연합인 리드더차지(Lead the Charge)가 12일 발표한 '자동차 공급망 리더보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18개 제조사 중 10위(21점), 기아는 12위(16점)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제조사 지리(Geely)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현대차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주목된다. 리드더차지는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경우, 내년에는 지리가 동아시아 제조사 중 최고 순위인 8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경·인권 대응, 소폭 개선됐지만 실행 미흡
현대차는 2023년 11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탄소중립 로드맵 발표와 산림 전용 방지 및 생물다양성 보호 정책 수립이 순위 상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탈탄소화 부문에서는 2년 연속 진전이 없었다. 특히 그룹 내 철강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아는 2023년 14위에서 12위로 올랐다. 인권 실사 프로세스에서 위험 식별과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반면 환경 부문에서는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졌다. 기아 역시 철강·알루미늄·배터리 항목에서 최저점을 기록했다.
테슬라(43점)·포드(42점)·메르세데스 벤츠(41점)는 근소한 차이로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테슬라는 철강·알루미늄·배터리 공급망의 간접 배출량까지 공개한 유일한 제조사로 주목받았다.
전체 평균 점수는 22점에 그쳤으며, 50점 이상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환경단체 어스워크(Earthworks)의 채굴 캠페인 담당자 엘런 무어는 "일부 제조사가 강력한 정책과 약속을 내놓았지만, 실행 차원에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현대제철 활용한 탈탄소화로 수출 경쟁력 높여야
리드더차지는 지속가능한 공급망이 자동차 수출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EU와 미국 등 세계 각국이 탄소 배출에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고, 특히 차량 운행뿐 아니라 차체와 부품 제조 과정의 탄소 배출량도 관세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미 EU의 정책들이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경제 원주민 권리 보호 연합(SIRGE)의 갈리노 앙가로바 사무국장은 "EU의 배터리 규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등 최근 정책들이 공급망의 지속가능성과 실사 관행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리드더차지 보고서에 대한 논평에서 한국 자동차의 해외 시장 경쟁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높은 탄소 관세가 적용될 경우 중국의 저가 전기자동차와의 수출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다만, 현대자동차 그룹이 계열사로 보유한 현대제철을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후솔루션 철강팀의 안혜성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녹색 철강 생산을 강화함으로써, 자동차 공급망의 탈탄소화를 주도하고 현대차·기아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철강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곳은 현대차그룹과 타타그룹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