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코멘트】동아제약의 성차별 논란과 ESG 정보 공개
여성용품을 판매하는 동아제약의 성차별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자사의 상품을 알리기 위해 홍보비까지 들여 제작했을 유튜브 ‘네고왕’(기업 CEO를 찾아가 제품 가격을 협상(Negotiation)하는 프로그램) 에 달린 한 댓글 때문이다.
“인사팀 팀장이 유일한 여성 면접자인 나에게 ‘여자들은 군대에 안 가니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는 댓글로 시작된 성차별 논란은 몇 시간 만에 사장이 해당 댓글에 직접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았다. 동아제약은 해당 논란의 당사자인 인사팀장에게 보직해임·정직 3개월 처분을 내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네티즌의 비판은 이어졌다.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주위에서 수치적으로 남녀 평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기업은 많다. 여성 임원, 여성 근로자의 수가 남성에 비해 적은 곳은 비단 동아제약 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 대웅제약은 홍보실 채용공고 지원자격에 남성만 뽑는다고 명시해 논란이 일었지만, 이 정도 파장은 일지 않았다.
유독 동아제약에게 비판이 거셌던 이유는 기업의 상품과 이번 논란이 깊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고왕에서 소개된 제품은 동아제약의 ‘템포’라는 탐폰이다. 탐폰 시장은 특히 과점이 심하다. 동아제약 외 바디와이즈 아시아의 ‘나트라케어’, 유한킴펄리의 ‘화이트’, 깨끗한 나라 ‘순수한 면’ 등 6개 제품이 전부다. 그 중에서도 템포는 탐폰 시장 점유율 1위다. 주 소비자가 여성인데다 일종의 과점이 형성된 시장에서 ‘성차별’ 발언이 나왔기에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은 뽑기 싫은데 여성용품은 팔고 싶냐”, “앞으로 동아제약의 다른 상품까지 불매하겠다”는 댓글이 나온 이유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조직문화’다. 사실 공방이 될 수도 있었던 논란이 동아제약의 문제로 커진 이유는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는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한몫했다. 구인구직사이트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사내문화 부문에서 5점 만점에 2.6점을 받았다. 기업의 단점으로는 ‘가부장’, ‘수직적’ 등이 올라와 있었다.
전·현직자들의 코멘트는 기업 내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 기업문화에 대한 불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리뷰를 남긴 전직자는 “보수적이고 군대문화가 강하다, 수직적 문화가 강하다”고 평했고, 이외에도 “여자가 다니기엔 가부장적 분위기라 힘들다”, “수직적인 군대식 기업문화에 남녀차별이 심하다. 성희롱적 발언을 들은 적도 있다”는 리뷰가 줄줄이 이어졌다. 연구 개발 전직원도 “남성중심의 수직적, 강압적 분위기”라며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변화는 어렵다”고 일침을 놓았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여자는 칼퇴, 남자는 야근. 무조건 힘쓰는 일은 남자만 시킨다”, “수직적인 문화 때문에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굴러간다” 등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논란 당사자인 인사팀장 한 명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지만 이슈가 잡히지 않은 이유는 여기 있다.
만약 동아제약이 ESG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논란의 댓글을 단 당사자의 입장에 힘이 실릴 수 있었던 건 여기저기서 보수적이고 남녀차별 심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이 남녀 고용 비율 등 객관적인 근거를 공시했다면 어떨까? 이런 일이 있었지만, 기업 문화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라도 하번 써봤다면, 자사의 문제에 대해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라도 생겼을테다. (물론 인식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문제점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성과만 늘어놓는 보고서도 존재한다.)
특히 이번 논란과 연관이 깊은 조직 내 다양성(Diversity)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신경 쓰고 있는 문제다. ESG에 대해 기본적인 인식을 가졌더라면, 잠재 리스크에 선제적인 대응까진 못했더라도 적어도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징후는 발견할 수 있었다.
동아제약의 이번 사태는 어떻게 ESG 기초를 다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정보 공개는 단지 두려워만 할 게 아니다.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전략으로 삼을 수 있으며,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기업 운영을 전반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오히려 숨길수록 더 궁금하다. 한 언론사는 동아제약의 과거 성차별 징계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보도했다.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숨겨도 숨겨지지 않을 바엔, 차라리 먼저 터놓는 정공법을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