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히트펌프 판매 23% 급감… 경기 침체·정책 변화 여파
- 판매 부진에 일자리 1만개 영향...벨기에 52%↓ 최대 감소 - 협회 "청정 산업 협정에 히트펌프 포함해야"
EHPA에 따르면 2024년 이들 국가의 히트펌프 판매량은 200만 대로, 2023년 260만 대에서 23% 감소했다. 이들 13개국은 유럽 전체 히트펌프 시장의 약 85%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EHPA는 유럽 내 전체 히트펌프 누적 보급량이 약 2600만 대에 도달했으나, 화석연료에서 히트펌프로의 전환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국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영국 등이다.
판매 부진에 일자리 1만개 영향...벨기에 52%↓ 최대 감소
이번 판매 감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EHP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가스 가격으로 2022~2023년 히트펌프 수요가 급증했으나, 2024년에는 2021년 수준으로 다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은 에너지 안보 강화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 감축을 위해 수십억 유로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하지만 최근 판매 부진으로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용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최소 4000개의 일자리가 감축됐으며, 추가로 6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았다. 현재 유럽 히트펌프 산업은 약 17만 개의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벨기에가 52% 감소해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으며, 독일이 48%, 프랑스가 39% 감소로 뒤를 이었다. 반면 영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유일하게 63% 증가했다.
EHPA는 판매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지원 정책 변경에 따른 소비자 신뢰 약화 ▲생활비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보조금 지원으로 낮아진 가스 가격 등을 지목했다.
협회 "청정 산업 협정에 히트펌프 포함해야"
폴 케니(Paul Kenny) EHPA 사무총장은 "히트펌프 부문이 침체됐으나 회복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EU 위원회와 각국 정부가 향후 몇 달 안에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EU의 기후 목표, 산업 경쟁력, 지정학적 이해관계 조화를 목표로 하는 청정 산업 협정의 중심에 히트펌프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니 사무총장은 이번 판매량 감소를 '잃어버린 기회'로 규정하며, "히트펌프 없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및 기타 국가에서 수입하는 가스 의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전 세계 난방 장비 판매에서 히트펌프 비중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히트펌프는 가스 보일러보다 초기 비용이 높지만 운영 비용이 낮고 환경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