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자로 SFDR 발효, 금융당국 “속도 빠르다” 우려도

2021-03-12     박지영 editor

금융상품의 ESG를 평가하고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규정(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SFDR)이 10일부로 발효됐다. SFDR은 그린워싱을 근절하고, ESG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유럽 재정감독 시스템(European System of Financial Supervision, ESA)은 “규제기술표준(RTS)이 아직 불명확하다”며 도입 시기를 미루거나 세부적인 공개 규칙을 빠르게 고안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하기도 했다.

SFDR은 어떤 투자가 친환경적인지,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정의하기 위해 발효됐다. 유럽 그린딜의 일환으로, ESG 등 지속가능성 위험이 어떻게 투자자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지, 반대로 투자가 기후변화와 같은 지속가능성 요인에 어떻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시를 요구한다.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금융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역내 기업이 대상이다. 다만, EU에 현지법인을 뒀다면 국내 금융사는 공시대상에 포함된다.

SFDR은 정보 공시 의무화를 통해 그린워싱 근절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SG 투자 규모는 2025년까지 약 5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금융사들은 각종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어떤 상품이 진짜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상품인지 판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규제의 시행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자본의 흐름을 전환하자는 유럽 그린딜의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을 판별하는 EU 택소노미(Taxonomy)도 한층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SFDR의 핵심은 자금 분류다. ESG에 투자되는 자금을 ▲환경 또는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투자(제8조 펀드) ▲지속가능한 투자(제9조 펀드) 등으로 분류해 금융 당국과 정책 당국은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자금이 얼마나 흘러가는지 식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만약 금융상품이 이 두 상품에 해당된다면, SFDR에 따라 더 까다로운 공시를 요구받는다.

대다수의 금융사들은 자사의 상품이 ESG 리스크와 관계가 없다고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제6조 ESG 리스크가 투자 결정 또는 수익과 관련이 없는 펀드로 정의하면 제8조나 제9조보다 공시 내용이 줄어든다. ESG 데이터 회사인 아라베스크 그룹의 울리카 하셀그렌(Ulrika Hasselgren)은 “공개 규칙이 복잡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금을 제6조 펀드로 정의하는 금융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럼에도 투자자와 자산운용사가 저탄소 환경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보다 명확한 현황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EU집행위원회와 규제당국 사이에서 SFDR을 두고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유럽 재정 감독 시스템(European System of Financial Supervision, ESA)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유럽집행위원회에 우려를 표했다.

ESA 구성원인 유럽증권시장국(ESMA), 유럽 은행감독청(EBA), 유럽 보험 및 연금 당국(EIOPA)은 “이번 최종보고서에 규정한 이행단계 기술표준(Regulatory Technical Standards, RTS)을 원칙대로 2022년 1월 1일에 시행하기 위해선 적어도 7월까지 세부 규칙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제5장에 명시된 정기보고서 상 지속가능성 정보를 세부적으로 공개하라는 항목은 2022년 1월에 시행된다해도 금융시장 참여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아직 RTS도 구체적인 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정비를 통해 내년 이후로 도입 시기를 미루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RTS는 SFDR을 수행하는 세부적인 이행사항으로 최근 의무보고사항이 32개에서 18개로 대폭 축소되는 등 아직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유럽 지속가능금융공시(SFDR), 의무보고사항 32개에서 18개로 대폭 축소

유럽 지속가능투자포럼 유로시프(Eurosif)의 빅토르 반 호른( Victor van Hoorn) 전무이사는 “SFDR 규정이 비교적 빠르게 협상돼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실용성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며 “ESA의 주장은 상식적”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기술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셰어액션(ShareAction)과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 그룹은 “위원회가 규제기술표준을 바꾸지 않고 ESA가 작성한 대로 채택할 경우 여름 이전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SFDR 도입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