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엘리엇 압박·시장 변화에 재생에너지 확장 철회… 화석연료 전략 재편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배 확대 목표 포기 - 화석연료 수익성·트럼프·엘리엇의 압박 영향
영국 석유메이저 BP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철회하고 다시 화석연료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로이터는 24일(현지시각) BP가 투자자들의 수익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 전략 노선을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배 확대 목표 포기
BP는 26일(현지시각) 열리는 자본시장의 날(Capital Market Day) 행사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50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철회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해당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 이와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자본시장의 날은 기업이 투자자, 애널리스트,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재무성과와 전략, 미래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다. 당초 2월 1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머레이 어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 CEO의 의료 시술로 런던에서 26일로 변경됐다.
이전까지 BP가 목표를 공식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발표는 없었다. 로이터의 이번 보도에 BP는 논평을 거부했다.
BP의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BP는 8.2GW의 재생 에너지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9년 BP의 순 풍력 발전 용량은 926MW에 달했다. 하지만 해당 연도의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에 대한 공식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BP는 2025년까지 EBITDA 490억달러(약 70조원)를 달성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폐기하고, 대신 매년 일정 비율(%)씩 EBITDA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목표를 변경할 계획이다. 이는 BP의 전체 사업(석유·가스 및 재생에너지)을 대상으로 하며, 고정된 목표 대신 시장 상황과 수익성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BP는 2024년 EBITDA 목표였던 409억달러(약 59조원)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또한 로이터는 BP가 부채를 줄이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자산을 처분하고, 일부 저탄소 투자를 축소할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화석연료 수익성·트럼프·엘리엇의 압박 영향
BP를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이 다시 석유 및 가스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팬데믹 이후 화석연료 가격이 반등하면서 수익 창출이 용이해졌다. 또한 기후변화 회의론자이자 화석연료 지지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투자 환경도 변했다.
BP의 노선 변경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Elliott Investment Management)의 압박도 컸다. 엘리엇은 올해 2월 9일 BP 지분 약 5%를 확보한 후 비용 규율 강화와 친환경 에너지 지출 축소, 풍력·태양광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익명의 소식통은 "BP가 캐스트롤(Castrol) 윤활유와 주유소 네트워크를 매각해 가치를 창출하고 자사주 매수를 늘리는 것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BP가 26일 연간 저탄소 자본 지출을 20~30억달러(약 2조8600억~4조3000억원) 삭감하겠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 전 CEO는 2020년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리는 한편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을 40%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2023년에는 감축 목표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어친클로스 CEO 취임 이후 BP는 재생에너지 투자 속도 조절, 비용 절감, 직원 5% 감원 계획 등을 발표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각) BP가 약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윤활유 사업부인 캐스트롤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는 2월 4일(현지시각) BP가 이라크 키르쿠크 지역 4개 유전·가스전 재개발 프로젝트에 최대 25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BP는 이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