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2개월 내내 철강, 시멘트, 정유업계 만나는 이유는?

2021-03-12     김우경 editor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탄소중립 시계가 빨라지면서, 국내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향한 기술 전환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2월초부터 3월 26일까지 2개월 동안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비철금속 ▲정유 ▲전기전자 ▲기계 ▲자동차 ▲제지ㆍ섬유 ▲조선 등 탄소중립 산업전환을 위한 업계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산업부의 회의 일정만 봐도, 현재 탄소중립 논의가 얼마나 긴박한지 알 수 있을 정도다.  

회의 날짜 분야 회의 주제
2.2 철강 철강업계 탄소중립 도전 공동선언 및 업계 의견수렴
2.4 기술혁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장기 기술혁신 방안 모색
2.9 석유화학 탄소중립 기술개발 현장 방문 및 업계 의견 수렴
2.17 시멘트 시멘트 업계 탄소중립 공동선언 및 주요 과제 논의
2.22 표준화 「2050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 수립 방향 논의
3.9 4차 실무협의회 산업분야 탄소중립 R&D 수요 발굴 및 애로사항 수렴
3.9 반도체/ 디스플레이 반디업계 탄소중립 추진 의견 수렴
3.10 비철금속 비철금속업계 탄소중립 지원방안 모색
3.11 정유 정유업계 탄소중립 추진 지원
3.15 전기전자 전기전자업계 탄소중립 실현 추진
3.18(잠정) 기계 기계업계 탄소중립 추진 건의사항 수렴
3.24 (잠정) 자동차 자동차업계 탄소중립 추진 방향 모색
3.25 제지‧섬유 섬유업계 탄소중립 전략 모색
3.26 조선 친환경조선 추진 전략 모색
 

 

산업부, 2022년 탄소중립 R&D 최대 투자 

3월 논의의 첫 스타트는 지난 9일 열린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 4차 실무회의'였다. 한국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자리에는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 측과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13개 업종 협회 관계자 및 연구분야 인사들이 참석했다. 

장영진 산업부 산업혁신실장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혁신기술 개발만이 유일한 해결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산업기술 R&D(연구개발) 예산은 약 5조원으로 전년대비 18.7% 증액했다”며 “2022년에 산업공정 탄소중립 R&D 신규사업 예산 증액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공정이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기업에게 위기이면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등 탄소 다배출업종에서 수소환원제철, 전기가열나프타 분해공정 등 과거와 전혀 다른 신산업공정 개발이 불가피해, 예타사업 계획에 본격 착수키로 하고 ▲단기간 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효율개선 및 공정관리 고도화 기술개발을 추진키 위해 2022년부터 최대한 투자하며 ▲제품 생산공정이 아닌 사용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는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의 경우 전기차ㆍ수소차, 친환경 선박 등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탄소중립 기술개발이 신재생에너지, 수소, 수요관리 등 에너지 분야 중심으로 진행돼, 산업분야 관련 기술개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며 "향후 산업공정 온실가스 저감기술 지원을 핵심 아젠다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급성이 높은 과제의 경우, 2022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우선 배정키로 했다. 

 

10일,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업계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10일에는 비철금속업계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산‧학‧연‧관 협의체인 ‘비철금속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비철금속산업은 연간 88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1.3%, 산업 부문의 2.3%를 차지한다. 

이날 참석한 고려아연, 에스엔엔씨, 영풍, LS-Nikko동제련, 노벨리스코리아, 풍산 등 비철금속업계 대표기업 6개사는 ‘2050 탄소중립 도전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한국비철금속협회 이제중 회장은 "탄소중립은 과거 석유ㆍ석탄 등 연료 가격상승 부담 등과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가 매우 높은 도전"이라며 "친환경 연료 기반 제조공법, 탄소포집ㆍ전환 기술 개발 등 혁신기술개발을 통해 친환경 스마트 제련소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철금속의 경우, 배출 전체의 50%가 공정 중 사용되는 전력(간접배출)이며, 제련 공정에서 환원제ㆍ열원으로 사용되는 석탄이 41%를 차지한다.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은 이날 자리에서 “비철금속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탄소중립 5대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5대 과제에는 '탄소중립 산업구조 전환 특별법' 제정도 포함돼있다. 

한편, 최근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 강 실장은 광물 등 원료 공급망 점검과 함께 국내 수요기업에 대한 우선 공급해줄 것을 비철금속업계에 당부했다. 

기업들은 저탄소·친환경 공정기술을 위한 정부 연구개발 지원,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안정적 공급,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11일, '정유업계 탄소중립 협의회' 발족

11일에는 정유업계도 '탄소중립 협의회'를 발족하고 에너지 대전환과 친환경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정동채 대한석유협회장,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개사의 임원과 학계 및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국내 정유산업은 세계 5위 정제능력을 갖춘, 국내 제6위 수출산업이지만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분야다. 국내 정유산업은 연간 32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에 이어 4번째 다배출업종으로, 전체 산업배출량의 6%를 차지한다. 

대한석유협회는 "그간 정유공장과 산업단지 내의 열통합을 통한 에너지 절감, 고탄소연료(B-C유)에서 저탄소 연료(LNG)로의 전환, 제조공정상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포집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해왔다"면서 "향후 블루수소(탄소 배출 없는 클린 수소) 생산, CCU(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사용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동채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석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업계가 국내 정유산업 태동 이후 최대의 영업손실(약 4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면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의 특성상 탄소중립은 당장 달성하기 힘든 목표지만, 국내 정유산업도 지속가능하며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날 정유업계가 건의한 ▲차세대 바이오연료 도입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정유공정의 친환경 원료 활용 가능성에 대해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키로 했다. 차세대 바이오연료는 동식물성유지·폐식용유 등을 메탄올과 반응시켜 생산하는 기존 바이오연료와 달리, 바이오 원료를 수소와 반응시켜 생산하는 고품질의 차세대 바이오 연료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업계 주도의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분야에서 ‘탄소중립 5대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하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현재 마련중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토대로 연말까지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