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나이지리아 시장 침투 가속…휘발유 가격 급등을 기회로

- 승차공유 서비스 운전자, 휘발유 가격 상승 직격탄…EV 경제성 부각 - 태양광 발전 확대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선 기대

2025-02-27     유인영 editor
사진=코레이 모빌리티 X(트위터)

나이지리아에서 중국산 전기차(EV)의 보급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확대는 환경보다 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저 수준의 유가를 유지했지만, 2023년 5월 볼라 티누부(Bola Tinubu) 대통령이 유류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보조금 폐지로 휘발유 가격이 5배 이상 급등했고, 차량 유지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승차공유 서비스 운전자, 휘발유 가격 상승 직격탄…EV 경제성 부각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정부는 차량 소유주들에게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의 전환을 권장했지만, 전기차 역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EV 업계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했다. 현재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최소 10개 이상의 딜러 업체가 운영 중이며, 주로 중국산 이륜 및 사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독립 전기차 딜러인 사그레브(Saglev)의 최고경영자(CEO) 샘 팔레예(Sam Faleye)는 승차공유 서비스 운전자들이 특히 휘발유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고스에서 소형 차량으로 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운전자들은 하루 평균 1만8000~2만나이라(약 1만7000~1만9000원)를 주유비로 지출해야 하지만, 전기차 운행 비용은 4000나이라(약 3800원) 이하"라고 전했다. 현재 라고스에서 승차공유 서비스 운전자의 하루 평균 수입이 약 1만3000나이라(약 1만2000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 상승은 이들에게 직격탄이 된 것이다.

정부 역시 전기차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2032년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으며, 부가가치세(VAT)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수입업체들은 관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팔레예 CEO는 세금 감면 조치로 전기차가 휘발유 차량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으며, 특히 중국산 전기차는 자체적으로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사그레브는 중국 둥펑자동차와 협력해 나이지리아 내에서 연간 최대 2500대의 전기차 조립이 가능한 생산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EV 인프라 구축도 진행 중이다. 나이지리아 스털링은행(Sterling Bank)은 코레이 모빌리티(Qoray Mobility)와 협력해 전국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며, 현재 라고스 비즈니스 지구를 포함해 12개 이상 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나이지리아에는 등록된 차량이 약 1200만 대에 이른다. 스털링은행의 올라반조 알리미(Olabanjo Alimi) 재생에너지·모빌리티 부문 책임자는 "장기적으로 이 중 상당수가 전기차로 전환될 것"이라며 "거대한 시장 기회를 감안할 때, 나이지리아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태양광 발전 확대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개선 기대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만성적인 전력 부족 문제는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나이지리아의 총 전력 생산량은 4기가와트(GW)에 불과하며,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25GW)의 1/6 수준이다. 가정과 기업들이 부족한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휘발유와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충전이 친환경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발전이 전력난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NEF는 나이지리아의 태양광 설비가 2030년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니 체이스(Jenny Chase) 블룸버그NEF 애널리스트는 "2024년 중국에서 1억5000만달러(약 2153억원) 상당의 태양광 패널(약 1.5GW 규모)이 나이지리아로 수출됐다"며 "이 패널들이 가정과 기업에 설치돼 발전기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700만명 이상의 나이지리아 농촌 인구가 분산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독일 지멘스(Siemens)는 나이지리아 정부와 협력해 23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송배전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걸림돌은 초기 구매 비용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23년 기준 8700만 명의 나이지리아인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륜 또는 삼륜 전기차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이지리아 차량 구독 스타트업 맥스(Max)의 CEO 아데타요 바미두로(Adetayo Bamiduro)는 "우리는 주로 이륜 전기차를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전기 오토바이는 전기차보다 훨씬 저렴해 보다 많은 사람이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