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지속가능성 책임자, "화석연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끝내야 할 때"

2025-02-28     유미지 editor
글로벌 은행 HSBC의 새로운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가 화석연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내려 놓을 때가 됐다 말했다./HSBC

글로벌 은행 HSBC의 새로운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가 "화석연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내려 놓을 때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달 HSBC 최고지속가능성 책임자로 임명된 줄리안 웬첼(Julian Wentzel)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화석연료에 대해 지나치게 제한적인 정책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험에 빠뜨리고 저탄소 미래로의 전환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금융기관의 기후 개념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5년 전만 해도 HSBC를 비롯한 유럽, 미국, 아시아의 다른 금융기관들은 넷제로 배출 목표에 서명했고,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목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UNEP)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섭씨 2.9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은행과 투자자들은 넷제로 계획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월가의 은행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거대 은행들이 잇따라 기후금융연합을 탈퇴했다.

윈첼은 "많은 초점이 새로운 세계 에너지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촉진하는 방법보다는 탄소 경제를 어떻게 제한하거나 억압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가 그 측면에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한다면 전환이 더 빨리 일어나고 자본이 더 쉽게 흐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정책 입안자와 민간 부문은 저탄소 활동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방법을 알아내고, 화석연료로의 자본 흐름을 제한하는 것을 덜 해야 한다고 웬첼은 덧붙였다.

현재, 은행의 화석연료 기업 고객은 핵심 전략에 더욱 집중하라는 투자자의 강력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의 석유 메이저 기업 BP는 화석연료 사업에 집중하고,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주요 전환을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는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불만이 있는 주주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윈첼 CSO는 "우리는 역동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환경과 세상을 반영해야 한다. 정치적 날씨를 무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HSBC 4분기 보고에서 2030년 감축 목표 일부 철회

HSBC는 지난 19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래 2030년으로 설정되었던 운영에 대한 배출 감축 목표를 2050년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HSBC의 최고경영자인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는 기자들과의 프레스 콜을 통해 고객과 공급업체가 운영의 탈탄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HSBC는 "2030년까지 운영상 배출 목표 달성을 포기하고 이제는 2050년까지 운영, 출장 및 공급망에서 넷제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은행은 2019년 기준선에서 2030년까지 스코프1, 2를 90%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엘헤데레 CEO는 "HSBC가 과학 기반 목표 이니셔티브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잔여 배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탄소 크레딧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설립자인 루시 핀슨(Lucie Pinson)은 블룸버그 통신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HSBC가 기후 목표를 더욱 약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며, "자체 운영 및 공급망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조차 하지 못한다면 투자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거의 없다"고 일침했다. 

HSBC는 현재 고객 및 공급업체와 관련된 탄소 배출량, 즉 스코프3 의 배출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은 2030년까지 운영, 비즈니스 출장 및 공급망 전반에서의 오염을 40%까지 억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HSBC는 현재 7개 부문에서 자금 조달된 배출량에 대한 개별 2030년 목표를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 투자자들에게 전환 계획에 대한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4분기 보고서는 밝혔다. 이어 은행은 전환 금융 사업 성장을 목표로 자동차, 항공 및 시멘트 부문 등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배출권 감축 평가를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HSBC는 석탄 채굴 부문의 자금 조달 배출량을 7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22년 이후에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HSBC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초부터 2024년까지 친환경 및 사회적 금융에 약 1000억달러(약 144조원)를 투자하고, 지속 가능한 금융 및 투자에 3900억달러(약 563조원) 이상을 할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30년까지 7500억달러(약 1083조원)에서 1조달러(약 1445조원)를 투자할 것이라던 이전 목표와 비교되는 수치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