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폐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잔여물 수입 규정 마련
중국 정부가 폐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추출되는 ‘블랙 매스’와 재활용 철강 소재의 수입 규정을 마련하고, 오는 3월 20일까지 공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지난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밝혔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지난 수년 간 블랙 매스 수입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자, 중국 당국이 해당 규제의 완화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해 말 발표된 블랙 매스 수입 규정과 맞물려 있으며,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중국 생태환경부는 오는 3월 20일까지 관련 의견을 접수한 뒤 최종 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블랙 매스 수입 허용이 중국 배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니켈·코발트 포함 블랙 매스, 중국 수입 허용될 듯
블랙 매스는 폐리튬이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잔여물로, 리튬·코발트·니켈 등의 금속을 포함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블랙 매스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니켈과 코발트가 포함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생산된 블랙 매스(Type1), 두 번째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 추출된 블랙 매스(Type2)다.
특히 니켈·코발트 함량이 25%를 초과하는 블랙 매스는 ‘고형 폐기물’로 간주되지 않아 자유로운 수입이 가능하다. 또한 리튬인산철 배터리에서 나온 블랙 매스와 철 함량이 92% 이상인 재활용 철강 소재도 수입이 허용될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인해 원재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해 자원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정이 시행되면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활성화되고 원재료 조달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영 ‘중국자원재생그룹’ 설립… 자원 순환 경제 가속화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블랙 매스는 한동안 중국에서 ‘위험 폐기물’로 분류돼 수입이 불가능했다”면서 “하지만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를 실현하고 배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엄격한 불순물 제한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남아시아의 한 무역업자는 “초안 문서에 따르면 불순물 제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폐배터리에서 추출된 블랙 매스가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 변화는 지난해 톈진에서 설립된 국영기업 ‘중국자원재생그룹(China Resources Recycling Group)’과도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 그룹은 폐배터리뿐만 아니라 폐자동차, 가전제품, 태양광 패널 등의 재활용을 통해 국가 차원의 자원 순환 및 재사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중국자원재생그룹은 중국 국무원을 대표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의 투자로 설립됐으며, 중국석유화학공업(Sinopec), 중국바오우강철(China Baowu), 중국광물자원그룹(Minmetals), 중국알루미늄공사(Chalco) 등 대형 국유기업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그룹의 등록 자본금은 100억 위안(약 18조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