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루이스, 이사회 다양성 기준 유지…'폐지' ISS와 다른 길 선택

2025-03-06     유인영 editor
사진=언스플래쉬

미국의 대표적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기업 이사회 다양성을 고려한 의결권 자문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특정 안건에 대해 부정적인 권고를 내리는 경우 긍정 입장도 함께 제시해 고객이 정치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2025년 미국 기업 가이드라인을 유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에 성별, 인종 또는 LGBTQ 구성원이 부족한 일부 대형 미국 기업의 특정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주주들이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글래스루이스, ISS와 달리 이사회 다양성 기준 유지 결정

글래스루이스가 다양성 기준을 대체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은 경쟁사인 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스(ISS)가 지난달부터 이사회 다양성을 고려한 의결권 권고를 중단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다양성과 관련해 특정 이사에 대한 반대표를 권고할 경우, 글래스루이스는 고객들이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찬성 논거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글래스루이스 대변인은 또한 "다양성과 관련된 주주제안에 대한 권고를 내릴 때 더 많은 맥락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이 접근 방식은 고객이 기대하는 의결권 권고를 제공하는 동시에, 반대표를 행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명확히 설명하고, 찬성 투표를 고려하는 고객들에게도 명확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래스루이스는 "물론, 우리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이사회 다양성과 DEI 주주제안에 대한 정책 지침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기를 바랐지만, 미국 행정부의 DEI 반대 기조로 인해 기업과 기관투자자, 의결권 자문사들이 지금 또는 미래에 정책 변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뱅가드, 정치적 압박 속 의결권 행사 방식 조정

이 같은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기업들이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노력을 철회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팸 본디(Pam Bondi) 미국 법무장관은 “법무부가 민간부문의 불법적 다양성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근절하고, 처벌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DEI 정책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미국 의결권 자문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투자자들에게 기업 이사회 선출이나 경영진 보수 등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글래스루이스는 전 세계 약 1300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총 40조 달러(약 5경7840조원)를 초과한다.

이들 의결권 자문사의 방침은 뮤추얼펀드나 연기금과 같이 개별 기업을 직접 분석할 역량이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번 글래스루이스의 조치는 블랙록(BlackRock)과 뱅가드(Vanguard)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정치적 압박을 받으면서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한 움직임과도 유사하다.

블랙록은 지난해 대리 투표 기능을 지닌 '보팅 초이스(Voting Choice)' 프로그램을 개인 투자자에게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보팅 초이스는 투자자들에게 자체 정책에 따라 대리 투표, 자체 투표 인프라 사용, 제3자 정책 메뉴에서 선택, 선택 사항에 따라 투표, 블랙록 인프라를 통해 개별 결의안에 직접 투표 등 다양한 투표 옵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