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정에너지전환파트너십(JETP)에서 탈퇴…독일이 미국 자리를 대체

2025-03-07     유미지 editor
미국이 JETP(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서 탈퇴하고 독일이 미국의 자리를 이어받는다./COP26 X

미국이 '공정에너지전환파트너십'(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이하 JETP)에서 탈퇴한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단독 보도했다.

JETP의 핵심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몇몇 개발도상국이 화석연료, 특히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해 유럽연합, 영국, 일본, 캐나다 등 10개의 기부국으로 구성된 JETP는 2021년 COP26에서 시작됐다. 자금의 절반 이상인 200억달러(약 28조8600억원)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 주도한 국제 파트너 그룹(IPG)에서 조달된다

지금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세네갈에서 정부와 민간의 투자 패키지가 포함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시작되었으며, 여러 유럽 국가, 유럽연합, 미국, 캐나다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던 미국이 JETP의 자금 지원에서 하던 주도적 역할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JETP 프로젝트 관리부장인 조앤 야위치(Joanne Yawitch)는 로이터 통신에 "미국이 해당 계획에서 철회 의사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JETP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두 명의 외국 소식통 역시 미국이 베트남의 JETP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JETP에서도 철수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JETP 내에서 주요 기부국 중 하나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85억달러(약 12조2600억원), 인도네시아에 200억달러(약 28조8600억원), 베트남에150억달러(약 21조6400억원) 등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미국이 빠지면 이 자금 중 일부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고,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느려질 위험이 있다. 또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다른 기부국들의 부담 또한 증가한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지원 약속은 총 30억달러(약 4조3300억원)를 초과했으며 대부분 상업 차관(commercial loans)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해당 국가에 약속된 116억달러(약 16조7400억원) 중 10억6300만달러(약1조5300억원)의 지원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기부 그룹의 소식통은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철수 사실을 통보받았다. 상당한 자금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IPG는 파트너십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독일, 미국 역할 수행, 일본과 함께 JETP 공동 주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에 복귀한 이후 외국 원조를 줄이고 화석 연료 개발을 옹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로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JETP의 이탈 가능성 역시 일찍부터 예견되어 왔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의 기후 특사인 하심 조조하디쿠수모(Hashim Djojohadikusumo)는 독일이 미국을 대체해 JETP의 리더를 맡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2월에 독일 정부 대표단을 만났고, 독일은 JETP의 주요 멤버로서 미국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달받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독일 연방 경제 협력 개발부는 일본과 함께 JETP를 공동으로 이끌고, 인도네시아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2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전환 기금이 계속 운영되도록 보장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JETP 파트너들은 이번 달이나 3월에 회의를 열어 미국 철수의 영향을 논의하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에너지 전환 자금 지원 약속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총 450억달러(약 65조원)가 넘는다.

또한 유럽연합과 프랑스는 지난 2월 5일에 인도네시아의 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지원하기 위해 1470만 유로(약 229억원)의 추가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JETP 사무국은 미국이 리더십 역할에서 물러났지만 독일이 미국의 입장을 이어받을 것이므로 원래의 약속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 시프트 연구소의 푸트라 아디구나(Putra Adhiguna) 역시 "미국이 빠지더라도 다른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면 미국의 공백은 관리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