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격변...2025년 국제감축사업, 어디로 가나
- 글로벌 탄소시장 본격화…감축 방법론 강화·자발적 시장 변화 주목 - 한국 기업 대응 전략…금융권 협력과 정부 지원 적극 활용해야
파리협정 6조가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 감축 실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금융권과의 협력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이에 지난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파리협정 6조 결정사항 및 탄소시장 기업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파리협정 6조의 최신 동향과 국내외 자발적 탄소시장 흐름을 공유하고, 기업들의 국제 감축사업 참여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기업 온실가스 담당자, 투자자,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글로벌 탄소시장 본격화…감축 방법론 강화·자발적 시장 변화 주목
연사들은 국제 탄소시장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기업의 사업 추진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감축 방법론의 엄격화로 인해 기업들은 더 철저한 준비와 대응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대균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감독기구 위원은 "탄소시장의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탄소감축목표(NDC)의 조정과 감축 실적의 품질 확보가 핵심과제"라고 밝혔다.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선진국이 감축 실적을 사고, 개도국이 이를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파리협정 이후 모든 국가가 감축의무를 가지면서 탄소시장의 역할이 달라졌다. 오 위원은 파리협정 6조의 최신 동향을 설명하며, "모든 국가가 배출권 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되는 환경 속에서 이중계산 방지와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투명성 강화와 상응 조정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감축 실적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문위원은 COP28 이후 국제 감축사업의 방향을 분석했다. 그는 "탄소감축 사업이 국가적 차원의 필수 추진사항이 되면서, 개도국(유치국)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투자국이 감축 실적을 독점했지만, 이제는 개도국(유치국)도 감축 실적을 일정 부분 가져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감축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유치국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그는 이어 “청정개발체제(CDM)에서 전환된 국제 감축사업의 감축량 산정 방식이 더욱 보수적으로 변경됐다”며 “기업들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엄격한 기준을 반영한 감축 계획을 세워야 금융과 협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기술이 접목된 탄소 감축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으며, 투자도 이 방향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용 한국표준협회 심사원은 "파리협정 6.4조 시행으로 기존 CDM과 달리 국가별 감축목표(NDC)를 반드시 반영한 엄격한 베이스라인 설정과 추가성 평가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유치국의 미승인 감축량(MCU)의 국제 실적 전환 가능성이 생겼지만, 국내 적용 여부는 불확실해 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발적 탄소시장도 기업의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포인트로 제시됐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본부장은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술 종류와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화되고 있다"며, "자연기반 및 기술 기반의 제거형(removal) 감축 사업이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단순한 감축을 넘어 신뢰도 높은 감축 실적과 환경·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사업에 집중해야,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은 “기업이 감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배출권 가격 변동성과 시장 신뢰도를 고려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 대응 전략…금융권 협력과 정부 지원 적극 활용해야
한국 기업들은 국제 감축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 지원과 금융권과의 협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호철 한국에너지공단 팀장은 "정부가 국제감축 사업 지원 예산을 2025년부터 100억원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기존의 B2G(Business-to-Government) 모델에서 G2G(Government-to-Government) 모델로 전환해 대규모 감축 실적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업들이 호스트 국가와의 협력 수준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투자 지원 사업의 요구 조건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감축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부장은 금융권과 기업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벤처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기후테크 분야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탄소금융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명확한 감축 사업 계획과 데이터를 제시하는 기업에 우호적인 조건의 자금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승근 한국표준협회 심사위원은 일본과 태국 간의 공동감축메커니즘(JCM) 사례를 들며 "한국 기업이 국제 감축사업에 진출할 때 행정 부담이 적고 절차가 간소화된 해외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JCM 방식처럼 간소화된 절차와 명확한 방법론이 적용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사업 추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기업들의 실질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