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PA, 환경 규제 31개 철회 추진…석탄·석유업계 수혜 전망

2025-03-14     이재영 editor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바이든 전 행정부의 주요 환경 및 기후변화 규제를 철회하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간) 미 환경보호청(EPA)이 발전소와 자동차 배출가스 제한에서부터 수질 보호까지 31개에 달하는 환경 규제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PA가 환경 규제 31개를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 픽사베이 

 

EPA 청장,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규제 완화의 날"

리 젤딘(Lee Zeldin) EPA 청장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이번 조치를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규제 완화의 날"이라며, "기후변화 종교의 심장에 비수를 꽂고 미국의 황금시대를 여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수조 달러 규모의 규제 비용과 숨겨진 세금을 줄여 미국 가정의 생활비, 자동차 구매, 난방비 및 사업 운영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수십 개의 발전소를 개방하겠다"며, 취임 후 미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더 많은 전력 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시대 핵심 환경 규제 철회…환경 정의 프로그램도 폐지

EPA의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제한과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철회다. 이 외에도 미세먼지, 수은, 석탄재 오염 규제와 인접 주 대기오염을 제한하는 '선한 이웃(Good Neighbor)' 규칙도 완화될 예정이다.

선한 이웃 규칙이란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인접 주로 이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로, 주로 발전소나 산업시설이 베출하는 대기오염이나 스모그를 줄이는 역할을 해 왔다.  

특히, EPA는 2009년 확립된 '위험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도 재검토할 방침이다. 위험성 판정은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에 위험을 준다고 인정한 과학적 근거로, 자동차와 발전소 등 주요 배출원의 기후 규제 법적 근거가 되어왔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EPA가 이를 철회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법정에서 무효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EPA는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환경 보호 관련 다양성·형평성·포용(DEI) 프로그램도 종료할 계획이다. DEI 프로그램은 주로 저소득층과 소수 인종 커뮤니티의 환경 오염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해왔다.

 

법적 공방 불가피… 업계는 "환영", 환경 단체는 "반발"

환경 단체들은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환경방어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 아만다 렐런드(Amanda Leland)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는 미국 국민의 공중보건에 대한 불법적 공격이며,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오염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로이터는 생물다양성센터 기후법연구소(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s Climate Law Institute)의 제이슨 라일랜더(Jason Rylander) 법무 책임자가 "이 조치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우리는 모든 단계에서 이를 막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힌 만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업계는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했다. 미국석유협회(API) 마이크 소머스(Mike Sommers) 회장은 "유권자들은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국 에너지를 원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응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미석탄협회(National Mining Association) 또한 "데이터센터와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는 즉시 시행되지 않으며, 행정절차법(APA)에 따라 공식적인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