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전기차 생산 허브로 부상…중국 기업 투자 확대
태국이 동남아시아 전기차(EV)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는 12일(현지시각) 태국이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내에서 가장 체계적인 자동차 공급망을 갖추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충전 인프라 확충, 소비자 수요 증가가 맞물려 EV 시장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생산 허브로 떠오른 태국
최근 아세안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태국의 2024년 2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주요 원인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등 경제 여건 악화 등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은 신차 판매량의 약 13%를 차지하며 5%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브랜드인 BYD, 네타(Neta), MG는 태국 EV 시장의 65%를 점유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다수의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태국을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다. 아이온(AION)은 23억바트(약 996억원)를 투자하여 연간 2만 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설립했으며, BYD는 라용(Rayong)에 4억8600만달러(약 7069억원)를 투자하여 연간 15만 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 2024년 7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창안(Changan)은 연간 10만 대 생산 규모의 첫 배터리 전기차(BEV) 공장을 태국에 건설할 계획이며, 체리(Chery)는 2025년까지 5만 대, 2028년까지 8만 대 생산을 목표로 공장을 설립 중이다. 그레이트월(Great Wall)은 제너럴모터스(GM)의 기존 공장을 인수하여 연간 8만 대의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네타는 방찬제너럴어셈블리(Bangchan General Assembly)와 협력하여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베트남의 빈패스트(VinFast)도 태국 내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2024년 3월 방콕 지역에 15개 딜러십과 22개 전시장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반면, 테슬라는 당초 태국에 공장 설립을 고려했으나,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사업 부진으로 동남아 공장 계획을 보류하고 충전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충전 인프라 확충 가속화
태국 EV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태국 정부는 'EV 3.5' 프로그램에 71억2000만바트(약 3082억원)를 투입하여 현지 전기차 생산을 촉진하고 있으며, 2028년부터 2032년까지 하이브리드차(HEV) 소비세 감면, 2025년까지 전기버스·트럭 구매에 대한 150% 세금 공제 정책도 시행 중이다. 방콕 대중교통청(BMTA)은 노후 디젤 버스를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로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금융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충전 네트워크는 12% 증가했으며, 특히 직류(DC) 급속 충전기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단, 충전소가 주로 도심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 간 이동을 위한 추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류 업계의 전기차 전환도 활발하다. 일본 최대 해운그룹 닛폰유센(NYK Line)의 자회사인 유센 로지스틱스(Yusen Logistics)는 전기 트럭 도입과 함께 촌부리(Chonburi) 지역에 위치한 창고에 태양광 충전 시설을 구축했으며, 닛폰익스프레스(Nippon Express) 또한 방콕 물류센터에 항공 화물 배송용 첫 전기 트럭을 도입했다. 페덱스(FedEx)도 방콕과 파툼타니(Pathum Thani)의 교통 혼잡 지역에서 라스트마일(Last-Mile Delivery,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물류 과정) 배송용 전기차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태국 정부는 차량-사물 간 통신(V2X) 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V2X 기술은 차량이 인프라, 보행자, 다른 차량, 전력망 등과 통신하여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로, 현재 태국에서는 도입 초기 단계에 있다.
클린테크니카는 태국이 아세안 내 전기차 생산 및 보급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글로벌 EV 기업들의 투자와 정부 지원이 더해져 향후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