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만든 컬리, 플랫폼 노동자 이슈는 현재진행형
‘샛별배송’ 마켓컬리도 상장 추진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경쟁업체인 마켓컬리도 연내 증시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쿠팡이 미국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하고, 네이버와 SSG닷컴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생존하기 위해 추가 자금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최근 팀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공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대표가 인터뷰에서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마켓컬리가 쿠팡처럼 올해 중 미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마켓컬리가 약 8억8000만달러(약 1조원) 가치를 가진 업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WSJ 인터뷰에서 "마켓컬리가 선별해 제공하는 제품들을 모두 직접 맛보고 있다"면서 "신선 먹거리로 시작한 사업을 다른 제품 영역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계속 식품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SJ는 마켓컬리 내부 자료를 인용해 마켓컬리 이용자의 재이용률이 60%로 업계 평균치(29%)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한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올해 1160억달러로 작년보다 1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온라인 시장의 강점으로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한 안정적인 배송 등을 꼽았다.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13%에 불과한 쿠팡도 올해 미국 기업공개(IPO) 중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컬리 또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올해 안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증시로 한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마켓컬리, 노동자 ‘블랙리스트’ 작성... 고용노동부에 고발
마켓컬리도 쿠팡과 비슷한 플랫폼 비즈니스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마켓컬 리가 특정 일용직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제출한 권오성 해방 소장은 “마켓컬리는 근로자 500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엑셀파일로 작성하고, 이를 사용해 이들의 취업을 방해해왔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업무지시를 불이행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근무태도가 좋지 못했다고 판단되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명단을 만들어, 해당 정보를 채용 대행 업체 관계자들과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40조(취업방해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 취업 방해 금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마켓컬리는 “근태가 문제가 있는 근로자 명단인 사고이력대장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관리한 사실은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선 업무지시불이행, 업무지 무단이탈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킨 근로자들을 채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작은 사안으로 블랙(명단)에 오르는 것은 아니며, 내부에서 심각한 도난 문제를 일으켰다거나, 근무태만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을 때, 해당 명단에 올려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명단을 채용 대행업체와 공유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마켓컬리 측은 “블랙 명단에 오른 근로자가 채용대행업체를 통해 채용신청이 오면, 회사 내부에서 업무 배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단이 공유되지 않았어도 이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부당하게 블랙리스트에 올라 업무에서 배제됐다며 노동부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노동문제연구소 오민규 실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컬리와 같은 기업은 수많은 일용직 노동자들로 돌아가는 구조”라며 “나쁜 일자리만 늘어난다면 산재와 사망자가 증가할 거다. 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지적했다. 권 소장 또한 “사람에게 블랙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혐오와 배제, 차별 행위”라며 “이번 고발건이 불기소되면 항고, 재항고, 헌법소원까지 다 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쿠팡 또한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잠재 리스크로 삼았던 만큼, 마켓컬리 또한 노동자 인권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 노동 문제는 쿠팡 뿐 아니라 우버 리프트 등 미국 기업에서도 상장 전 제기된 바 있다. 주가에도 리스크는 그대로 반영됐다. 우버 운전기사가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라는 영국 대법원 판결이 나자마자 우버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