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기후연합, 규정 개정 추진…1.5도 정렬 의무 삭제 가능성
- 미국·호주·일본 주요 은행 NZBA 탈퇴
세계 주요 은행들의 기후 연합인 넷제로은행연합(Net Zero Banking Alliance, NZBA)의 의장인 샤르길 바시르(Shargiil Bashir)가 연합의 규정 변경을 논의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연합 내 일부 대형 은행들의 연이은 탈퇴 행보와 산업 전반에서 기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퍼스트 아부다비은행(First Abu Dhabi Bank)의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겸 부사장이기도 한 바시르 의장은 구체적인 개정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글로벌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섭씨)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이하 1.5도 목표)에 대출을 맞춰야 한다는 의무를 삭제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알려졌다.
NZBA, 회원 규정 개정 추진… 1.5도 정렬 의무 삭제 가능성
NZBA 회원 은행들은 그동안 1.5도 목표를 준수하도록 대출과 투자를 조정한 바 있다. 이는 기업들의 탈탄소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탈탄소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은행은 수익성 있는 금융서비스와 1.5도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지난해 10월 주요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대출 포트폴리오 배출량 감축 목표의 기대 효과를 낮추기도 했다. 이는 금융업계 전반에 걸쳐 기후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NZBA를 탈퇴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금융업계와의 협력 방식에서 새로운 전략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호주·일본 주요 은행 NZBA 탈퇴… 기후 금융 연합 흔들리나
결정적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은행연합 내에서 압박이 더욱 거세게 작용했다.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6대 은행 모두가 해당 연합을 탈퇴했으며, 이후 호주, 캐나다, 일본의 은행도 줄줄이 이탈했다.
특히 대부분의 아시아 은행은 NZBA 잔류를 표명한 가운데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SMFG)은 연합을 탈퇴하면서, NZBA에 의존하지 않아도 독자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후행동 100+ 연합에서 회원탈퇴가 이어지면서 NZBA는 작년 3월 이러한 회원탈퇴를 방지하기 위해 ESG 준수와 관련하여 새로운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정보공개를 투명히 하고 각 은행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립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강조하는 대신 준수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기후 목표 달성과 동시에 회원을 유지하기 위한 지침이었다. 단 의무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1.5도 목표 준수는 전적으로 각 은행의 의지에 달리게 됐다.
하지만 결국 금융권의 현실적 어려움과 은행들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대규모 탈퇴 사태가 발생했다. 바시르는 "NZBA는 변화하는 외부 환경과 회원사의 요구에 대응해 발전하고 있다"며 "NZBA가 설립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외부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은행 산업이 고객의 넷제로 전환을 지원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