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부는 자국 우선주의 바람에 월마트도 동참
최근 미국에는 ‘바이 아메리카(미국산 제품 구입)’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최대 소매 유통업체 월마트가 자국산 상품을 대거 사들이기로 하면서 미국 소매시장과 소비자 사이에서 바이 아메리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월마트는 이번 기회에 자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지난 26일 월마트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조립되는 제품을 3500억 달러(395조 6750억 원) 추가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섬유, 플라스틱, 소형 가전, 식품가공, 의약, 의료용품 등 6개 품목을 중심으로 투자를 할 계획이다.
월마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로 인해 정체된 미국경제를 살리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월마트는 미국에 근거지를 둔 중소기업, 공급업체, 판매업체의 생산을 지원해 7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미국 제조업을 성장 및 부흥시키고자 한다. 4800여 개 점포 및 공급업체를 보유한 네트워크와 투자를 통해 미국 생산 제품을 전국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수입제품에 비해 운송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약 1억 톤을 감축할 수 있어 월마트의 2040 탄소중립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 CEO 존 퍼너(John Pernor)는 “우리 매장뿐 아니라 미국 전체 제품의 85%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조립되는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많은 제조 기업들이 성장하고 미국 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도 바이 아메리카를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생산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혀 지난 1월에는 정부 기관에게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사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회복시켜 모든 사람들이 중산층에게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의 주요 거래처인 의류업체 1888 밀스(Miils)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으로 해외에서 생산해온 수건을 미국에서 생산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월마트와의 납품 계약을 최근 맺어 자사 제품의 약 10%를 생산하고 약 600개 월마트 지점에 수건을 납품할 예정이다.
1888 밀스는 “월마트에 장기간 미국산 타월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며 “월마트와 계약기간이 보통 6개월이지만 이번에는 계약 기간을 예외적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약으로 우리 회사는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월마트는 또한 미국에서 지속 가능하고 더 효율적인 공급망과 제조에 대한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제조업체, NGO, 학계, 정부 및 지역 경제 개발 그룹 등 여러 이해 관계자와 협력업체들을 한데 모아 국내 생산 관련 이슈를 결정하는 아메리칸 라이트하우스(American Lighthous)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개별 제품 공급원의 장벽을 완화하면서 미국의 제조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는 것이다.
일부 수입 제품을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로?
월마트는 그 동안 노동운동가들로부터 ‘월마트가 인력 단가를 낮춰 해외 공장에 설립해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2013년 월마트는 2500억 달러(282조 6250억 원)의 미국 원산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옹호 비영리 단체인 ‘트루스 인 에드벌타이징(Truth in Advertising)’은 월마트가 미국산 제품을 속여 구매했다고 밝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2015년 트루스 인 에드벌타이징은 스트립 치약, 리퀴드 아이라이너 등 100개 이상의 제품 원산지가 잘못 표기된 것을 발견했다고 연방무역위원회에 보고했다. 연방위원회는 이 사안을 조사했으나 '월마트가 소비자의 속임수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결론 내린 후 조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올해 초 이 단체는 “월마트 사이트에 있는 진공청소기, 목욕타월 등 일부 수입 제품들이 있지만 ‘미국에서 만든다’는 라벨이 계속 붙어 있다”며 “고객을 기만하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면서 공정위에 또 한 번 제소했다.
월마트는 성명서에서 “단체의 노력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국 제조 상품 구매에 대해 약속을 진지하게 수행하겠다”며 “우리 계획을 바탕으로 여러 성공 사례를 보여왔기에 앞으로 고객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자국 생산 상품을 늘려 미국 제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