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에너지 기업들, 러시아 복귀 앞두고 엇갈린 입장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 사이에 러시아 시장 복귀를 놓고 엇갈린 입장이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3일간의 회담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휴전 협정은 양국 간 에너지 수송을 안전하게 보장하고, 국제사회의 에너지 공급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불거졌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Price Futures Group)의 선임 애널리스트 필 플린(Phil flynn)은 CNBC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휴전이 이뤄진다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파이낸셜 타임스 원자재 정상회의(Financial Times Commodities Global Summit)에 모인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반응도 각각이었다.
다국적 에너지 상품 거래 기업인 군버 그룹(Gunvor Group)의 CEO인 토르비욘 툰크비스트(Torbjörn Törnqvist)는 블룸버그 통신에 "제재가 완화되어 우리가 다시 들어갈 수 있다면, 왜 안 하겠는가? 그게 우리의 일이다"라고 전했다.
스위스의 에너지 및 상품 거래 기업인 머큐리아 에너지 그룹(Mercuria Energy Group Ltd.)의 CEO 마르코 두난드(Marco Dunand) 역시 "제재가 해제되면 러시아로 돌아가 원자재 시장에서의 역할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으로서 제재에 소극적이지만, 제재가 해제된다면 러시아에서 시장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지 반드시 고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형 원자재 무역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러시아 내 생산자들과의 석유 및 금속 분야에서 장기 계약을 맺거나 주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활발한 거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침공 이후 미국, 유럽, 영국의 제재로 대부분의 계약과 파트너십이 중단되었다.
비톨, 트라피구라 등 일부 기업은 신중을 표해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할 생각에 기대감을 드러낸 기업들도 있지만 일부 기업은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라피구라와 비톨은 러시아산 원유와 정유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한 기업들로, 러시아 시장 복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글로벌 원자재 유통사 트라피구라 그룹(Trafigura Group)의 CEO 리처드 홀툼(Richard Holtum)은 “미국의 제재는 해지되고, 다른 제한은 유지된다면 직원의 상당수인 영국 국적자의 복귀가 복잡해질 수 있다. 모든 제재가 전면적으로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의 정유 기업 비톨 그룹(Vitol Group)의 CEO 러셀 하디(Russell Hardy)는 "휴전을 협상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실제로는 1~2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러시아 복귀에 대한 준비나 이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들의 발언이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식 노력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