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글로벌 은행 최초로 SBTi로부터 기후목표 승인받아
네덜란드 기반 금융그룹 ING가 26일(현지시간) 자사의 운영과 고객 포트폴리오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검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 은행(G-SIB) 중 SBTi 검증을 통과한 사례는 ING가 처음이다.
G-SIB란 국제 금융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은행으로, G20 중앙은행 중심 국제기구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매년 지정한다.
7개 고탄소 산업부문 감축 목표 검증… 포트폴리오 67% 차지
SBTi는 ING의 감축 목표가 파리협정의 1.5°C 목표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검증에는 화석연료, 발전, 시멘트, 철강, 자동차, 항공, 상업용 부동산 등 7개 주요 산업 부문이 포함됐으며, 이들 부문은 ING 전체 금융 포트폴리오 배출량의 약 67%를 차지한다.
ING의 목표는 SBTi가 제정한 '금융기관 단기 기준(Financial Institutions Near-term Criteria, FINT 기준 v2)'에 따라 평가됐다. 이 기준은 금융기관이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신 기후 과학에 기반해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검증 기준이다.
SBTi 금융표준 책임자 네이트 에이든(Nate Aden)은 “ING는 실물경제 내 탈탄소화를 금융기관이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6개 산업의 개별 목표와 포트폴리오 전반의 화석연료 감축 전략이 결합돼 기후 리더십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테라(Terra) 접근법 기반 탈탄소 전략… 업계 후퇴 속 주목받아
ING는 2018년 자체 개발한 기후변화 대응 프레임워크 '테라(Terra)' 접근법으로 핵심 고탄소 산업들의 2050년 넷제로 달성 경로를 마련해왔다. 이 프레임워크는 산업별 특성에 맞는 기후 시나리오와 2030년 중간 감축 목표를 담고 있다. ING 측은 이번 SBTi 검증이 테라 접근법을 통해 수립한 목표들이 국제 기준에 부합함을 공식 인정받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ING는 화석연료 금융에 대한 정책도 지속 강화 중이다. 2022년에는 업스트림 석유·가스 부문 금융 지원을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일부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일반 대출 및 채권 발행을 제한했다.
신규 유전과 가스전을 계속 개발 중인 상류 석유·가스 전문 기업에 대한 자금 제공은 종료됐으며, 2025년 말까지는 개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출도 중단될 예정이다. 또한 ING는 자사 석유·가스 포트폴리오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선진국 대상 순배출 제로(Net Zero) 시나리오에 맞춰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번 발표가 1.5℃ 목표가 금융권의 현실적인 목표로 유지될 수 있는지 논쟁이 벌어지는 중 나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HSBC는 넷제로 달성 시점을 20년 연기하고 중간 목표를 재검토 중이며, 웰스파고 또한 2050년 넷제로 목표와 2030년 부문별 감축 목표를 모두 철회한 바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은행 다수는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Net-Zero Banking Alliance)에서도 탈퇴했다.
ING 지속가능성 글로벌 책임자 안-소피 카스텔노(Anne-Sophie Castelnau)는 “SBTi로부터 기후 목표 인증을 받은 것은 우리의 전략이 과학에 기반하고 있으며 견고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과 협력해 배출 감축을 지원하고, 새로운 기술과 지속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