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수 30%↓, 충전 속도 40%↑…포르쉐, AC 배터리로 전기차 효율 혁신
독일 스포츠카 제조사 포르쉐가 전기차 시스템의 획기적 혁신 기술인 '교류(AC) 배터리'를 개발했다.
포르쉐 엔지니어링은 19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부품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한 교류 배터리를 개발해 실차 테스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변환 과정 없앤 '교류 배터리'...효율 높이고 부품 수 30% 감소
현재 모든 전기차는 직류(DC) 배터리를 사용한다. 문제는 가정이나 충전소에서 공급되는 전기는 교류(AC)이고, 전기차 모터도 교류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충전 시에는 교류를 직류로, 주행 시에는 직류를 다시 교류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해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포르쉐가 개발한 교류 배터리는 이런 번거로운 변환 과정을 없애 시스템을 단순화했다. 기존 전기차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배터리 관리 시스템, 인버터, 저전압 변환기, 충전기 등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부품 수를 최대 30% 줄이고 시스템 효율을 15% 이상 높일 수 있게 됐다.
토마스 벤카(Thomas Wenka) 포르쉐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매니저는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는 고도로 통합된 부품을 향해 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하우징 크기, 무게, 비용 절감은 물론 신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핵심은 고전압 배터리를 18개의 개별 모듈로 나누고 3개 위상에 분산 배치한 점이다. 각 모듈은 반도체 스위치로 개별 제어되며, 마치 여러 개의 건전지를 조합해 원하는 전압을 만드는 것처럼, '모듈형 멀티레벨 직렬 병렬 컨버터(Modular Multilevel Series Parallel Converter, MMSPC)'를 통해 전기모터에 필요한 3상 교류 전압을 직접 생성한다.
다니엘 사이먼(Daniel Simon) 프로젝트 매니저는 "MMSPC를 활용하면 주행 중 전기 모터를 직접 제어하는 동시에 충전 시 교류 전원망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정이나 충전소의 교류 전기를 별도 변환 없이 바로 사용해 충전 효율을 20% 가량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안전성 높이고 '응급 주행' 가능...충전 속도 40% 향상
포르쉐의 교류 배터리 시스템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사고 발생 시 시스템이 자동으로 개별 모듈로 분리되어 고전압 위험이 최대 80%까지 줄어든다. 또한 다양한 차종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췄다.
업계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고장 대응 능력이다. 기존 전기차는 배터리 일부가 고장 나면 차량 전체가 작동을 멈추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포르쉐의 시스템은 개별 배터리 셀에 결함이 발생해도 지능형 제어 시스템이 해당 모듈을 자동으로 우회해 나머지 정상 모듈로 계속 주행할 수 있게 설계됐다.
벤카 매니저는 "출력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가까운 정비소까지 '응급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배터리 고장 시 대처 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충전 속도도 크게 빨라졌다. 포르쉐는 교류 배터리 플랫폼에 '펄스 충전(pulse charging)'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전기차보다 최대 40%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18개로 나눈 배터리 모듈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해 최적의 충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효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시간 제어 기술이 핵심...2026년 양산차 적용 계획
이처럼 혁신적인 교류 배터리 시스템의 핵심은 18개 배터리 모듈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첨단 장치다. 사이먼 매니저는 "모듈 전환 지연 시 배터리와 전자 장치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실시간 제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포르쉐 엔지니어링은 '현장 프로그래밍 가능 게이트 어레이(FPGA)'와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결합한 특수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일반 자동차용 컨트롤러보다 연산 속도를 5배 이상 높였다.
사이먼은 "FPGA가 복잡한 계산을 처리해 프로세서 부담을 덜고 누락 기능을 보완한다"며 "일반 컨트롤러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실시간 성능과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제어 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은 소프트웨어를 통한 구성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로써 배터리 모듈 연결과 활용 방식을 주행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포르쉐는 현재 이 플랫폼을 프로토타입에 적용 중이며, 벤카 매니저는 2026년까지 양산차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전문 매체 클린테크니카는 "포르쉐가 엔지니어링 역량을 통해 전기차 플랫폼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새로운 제어 아키텍처를 제시했다"고 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