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기후 정보 공시 의무화…2025년부터 대기업 순차 적용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화에 관한 최종 가이드라인 ‘규제 가이드 280’(Regulatory Guide 280, RG 280)을 3월 3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시행된 재무법 개정안(Treasury Laws Amendment Act)에 따른 후속 조치로, 호주 내 대·중·소기업들은 2025년부터 기후 관련 재무정보를 단계적으로 의무 공시해야 한다. ASIC은 이번 가이드가 투자자의 정보 기반 의사결정을 돕고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단계적 적용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는 3년에 걸쳐 세 단계로 도입된다. 첫 번째 적용 대상은 2025년 1월 1일 이후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대기업이다. 여기에는 직원 500명 이상, 연매출 5억호주달러(약 4600억원) 이상 또는 자산 10억 호주달러(약 9200억원) 이상인 기업과, 자산 50억호주달러(약 4조590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형 자산운용사가 포함된다.
이어 2026년 7월부터는 직원 250명 이상, 매출 2억호주달러(약 1800억원), 자산 5억호주달러(약 46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 2027년 7월부터는 직원 100명 이상, 매출 5000만 호주달러(약 460억원), 자산 2500만호주달러(약 23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까지 공시 의무가 확대된다.
케이트 오루르크(Kate O'Rourke) ASIC 위원은 “일관되고 비교 가능한 고품질의 기후 관련 재무정보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의 정보 기반 의사결정을 촉진한다”고 강조했다.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감독 접근법 제시
ASIC은 초기 시행 단계에서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법(pragmatic and proportionate approach)'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공시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곧바로 제재에 나서기보다 기업과 직접 소통하고 수정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보고서 미제출 또는 심각하거나 무모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 최종 가이드는 2024년 11월 발표된 초안(Consultation Paper 380)에 대한 업계 피드백 60건을 반영해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기후 시나리오 분석(climate scenario analysis) ▲스코프 3(간접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보고 대상 기업 이사에 대한 책임 지침 ▲공시 정보의 외부 공개 방식 ▲지속가능성 정보 라벨링 등 다양한 항목이 보완됐다.
법인은 별개지만 지분은 하나로 묶여 함께 거래되는 스테이플 구조(stapled entities ) 기업에는 통합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허용하고,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보고·감사 의무에 대한 면제(relief)도 검토한다. 가치사슬 상 위치한 중소기업과 농민 등 비보고 의무 주체에 대한 안내 자료도 별도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ASIC은 “RG 280은 지속가능성 보고 법제의 이행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시장 관행이 진화함에 따라 관련 지침과 자료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