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알리안츠, 단스케은행…방위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책임을 강조한 이후, 유럽 지역 내 방위 주식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올해 약 8000억유로(약 1266조원)를 방위력 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ESG 기준으로 배제되었던 방위산업의 투자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1조8000억달러(약 2639조원) 규모의 UBS 자산운용이 재래식 무기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일부 지속 가능성 펀드에 대한 투자 제한을 해제했다. ESG 투자는 전통적으로 환경 훼손이나 무기 생산과 같은 이른바 '죄악 산업'을 배제해왔다.
이전 UBS의 지속 가능한 투자 및 임팩트 펀드 관련 조항 역시 매출의 10% 이상을 재래식 군사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했다. 그러나 UBS는 최근 발표한 정책 문서에서 제외 조항을 삭제했다. 다만, 집속탄이나 생화학 무기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무기에는 여전히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독일 알리안츠와 덴마크 단스케 은행도 방위산업 투자 제한 일부 철회
독일의 글로벌 투자관리기업,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Allianz Global Investors, 이하 AGI)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방위 산업에 대한 투자를 막는 지속 가능 펀드의 제외 조항 두 개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주요 자산 관리 기업 중 처음으로 방위 투자 정책을 변경한 사례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지난주 말에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제 자사의 지속 가능 펀드가 매출의 10% 이상을 군사 장비 및 서비스에서 올리는 기업을 매수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른 핵무기 활동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AGI의 지속 가능하고 임팩트 투자 부문 글로벌 책임자인 맷 크리스텐슨(Matt Christensen)은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투자자들이 기존 제한이 지나치게 부담스럽다는 점을 인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텐슨은 "핵무기는 대규모 갈등에 대한 중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이며, 서방 국가에서는 핵무기 생산이 산업과 깊게 통합되어 있어 분리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GI는 국제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기업과 화학 및 생물학 무기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외 사항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덴마크의 단스케은행 역시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자산관리 부문에서 방위 자산 투자에 대한 일부 제한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의회 선거 앞두고 방위산업 투자 제한 정책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워
유럽 각국의 정치권도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완화를 공약으로 적극 내세우며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9월 의회 선거를 앞둔 노르웨이에서는 방위산업 투자 제한 철회가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방산기업 투자 금지 조항 철폐 법안을 발의한 진보당 한스 안드레아스 리미(Hans Andreas Limi) 의원은 “방산장비를 구매하면서도 해당 기업에게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투자 정책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전 세계 상장 주식의 평균 1.5%, 유럽 상장 주식의 2.5%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펀드다. 이들 투자 정책의 변화는 글로벌 투자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의 정치권에서도 방위사업 투자 제한 철폐를 공약으로 잇달아 내놓고 있어 향후 유럽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정책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