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마지막 석탄 발전소 폐쇄… 2029년 탈탄소 목표 조기 달성

2025-04-03     김환이 editor

핀란드가 마지막으로 가동 중이던 석탄 화력 발전소를 영구 폐쇄하면서 사실상 탈석탄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수요 급증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소규모 발전소 몇 곳을 제외하고, 핀란드 내 석탄 발전소는 모두 문을 닫은 셈이다. 

헬싱키 살미사아리(Salmisaari) 석탄 발전소/헬렌

핀란드 헬싱키시 소유의 국영 에너지기업 헬렌(Helen)은 헬싱키에 위치한 살미사아리(Salmisaari) 석탄 발전소의 운영을 공식 중단했다고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핀란드의 석탄 의존도는 발전 부문 기준 1% 미만으로 낮아졌으며, 2029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한다는 정부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헬렌 최고경영자(CEO) 올리 시르카(Olli Sirkka)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성 확보와 친환경 전환을 위한 전략적 투자 덕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청정 전환, 비용 절감, 에너지 안보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소규모 발전소 3곳 제외 석탄발전소 폐쇄… 2040년까지 연소 전면 중단 

살미사아리 발전소는 연간 175메가와트(MW)의 전력과 300MW의 열을 생산해 왔다. 헬렌은 이를 전기, 폐열, 열펌프 등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펠릿, 목재칩 연소도 유지하되, 2030년까지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 수준으로 낮추고, 2040년까지는 모든 연소를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살미사아리를 포함한 바스킬루오토 2(Vaskiluoto 2), 마르틴락소 2(Martinlaakso 2) 등 석탄 발전소 3곳은 전체 전력의 단 0.8%만을 공급하고 있다. 바스킬루오토 2는 석탄을 약 30% 혼합해 사용하고 있으며, 마르틴락소 2는 바이오매스와 석탄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두 발전소 모두 2026년까지 석탄 사용을 중단할 예정이다. 또 다른 발전소인 메리포리(Meri-Pori)는 국가 전략 비축설비로 지정돼 2026년까지 비상 상황에만 운영된다. 

사리 물탈라(Sari Multala) 기후환경부 장관은 “러시아산 석탄에 의존하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며 에너지 자립도 및 국가 안보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헬렌은 이번 폐쇄로 고객 전기요금이 인하되고, 자사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50%, 핀란드 전체 배출량은 약 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통해 41조 이상 경제적 효과 기대

핀란드는 최근 몇 년간 급속한 에너지 정책 전환을 통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2016년 석탄 발전을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영국과 캐나다가 주도해 발족한 국제 연합체 ‘석탄 탈피 연합(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 가입했다. 2019년에는 2029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2021년 혁신 에너지 기술에 2280만 유로(약 360억원)를 지원하는 등 탈석탄을 추진해왔다.  

출처=핀란드 에너지부

이에 2020년 이후 핀란드의 풍력발전 용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전체 전력의 약 25%를 풍력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석탄 발전량은 동 기간 2.44테라와트시(TWh)에서 0.67테라와트시로 73% 감소했다. 

핀란드 산업연합은 풍력이 향후 핀란드 녹색 산업의 44%에 해당하는 약 260억 유로(약 41조1080억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탄 발전 중단한 OECD 국가 포함… 온실가스 배출량 5% 미만

시민단체 ‘석탄 없는 핀란드(Coal-Free Finland)’는 “헬싱키 석탄 발전소 폐쇄로 핀란드 온실가스 배출량의 5%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욘드 포실 퓨얼스(Beyond Fossil Fuels)의 시릴 코르미에르(Cyrille Cormier) 부국장은 “핀란드는 정부의 명확한 메시지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속한 투자가 맞물릴 때, 석탄과 화석연료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오염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매스나 지연되고 있는 고비용 원전 대신, 확장 가능한 재생에너지와 유연한 전력망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핀란드는 현재 석탄 발전을 중단한 1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나다. 이외에도 2030년까지 탈석탄을 목표로 한 국가는 13개국에 달한다.  

줄리아 스코룹스카(Julia Skorupska) 석탄 탈피 연합(PPCA) 사무국장은 “핀란드 사례는 청정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경제 성장 모두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2025년 각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s) 갱신 시, 석탄 발전 신규 금지와 단계적 퇴출을 약속한다면 청정에너지 투자, 경제 성장, 전기요금 인하, 에너지 자립이라는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