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첫 녹색국채 발행…美 침체 틈타 기후금융 주도권 노린다
중국이 글로벌 그린본드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첫 녹색국채(sovereign green bond) 발행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기업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같은 날 녹색국채 발행을 통해 60억위안(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된 자금은 중국 내 지속가능 발전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국, 첫 녹색국채 발행으로 60억위안(약 1조2000억원) 조달
이번 국채는 3년물과 5년물로 구성되며, 각각 1.88%, 1.93%의 수익률로 책정됐다. 초기 제시 수익률인 2.3%, 2.35% 대비 크게 낮춰진 수치다. 투자자 청약 규모는 470억위안(약 9조4600억원)을 넘어서며 높은 수요를 반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발행 수익률은 지난 2월 홍콩에서 발행된 일반 위안화 국채보다 각각 1~2bp 낮다.
위안화 표시 채권인 녹색국채는 홍콩에 상장되며, 런던증권거래소에도 거래 신청이 이뤄진다. 이는 유럽의 지속가능채권 주요 투자자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영국과의 금융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발행 계획은 영국 재무장관이 올해 1월 베이징을 방문해 양국 간 자본시장 협력을 약속한 뒤 공개된 바 있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의 지속가능 채권 담당자인 쉬안 솅 우영(Xuan Sheng Ou Yong)은 “이번 발행을 통해 투자자들이 중국 재무부와 직접 만나 경제 상황과 탈탄소 전략을 논의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기회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 애널리스트 존 왕(John Wang)은 “이번 조달은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 녹색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자금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태평양, 2024년 대비 유일하게 그린본드 발행이 늘어나
그린본드는 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 세계 기후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금융상품 중 가장 잘 알려진 형태다. 전 세계 그린본드 발행액은 10년 전 410억달러(약 60조원)에서 지난해 약 7000억달러(약 1030조원)로 급증했다.
하지만 2025년 초, 일부 시장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그린본드 발행액은 약 3분의 1 줄어든 80억달러(약 11조7700억원)에 그쳤는데, 2022년 이후 가장 느린 연초 발행 속도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24년 대비 약 23% 증가하며 유일하게 그린본드 발행이 늘어난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상당수가 중국의 발행이었다.
블룸버그NEF의 연구원 제임슨 맥클레넌(Jameson McLennan)은 “이 같은 위축은 발행자들이 직면한 거시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증가, 지속적으로 높은 금리,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잠재적인 무역전쟁 위협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의 녹색 전환 의지를 시장에 알린 긍정적 조치”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첫 그린본드를 런던에 상장하기로 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전히 환경 관련 상품에 강한 수요를 보이는 유럽 투자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동시에 미국의 후퇴로 인해 생긴 공간을 활용해 중국이 글로벌 기후 외교에서 더 큰 역할을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은 백악관부터 월가까지 전반적으로 기후금융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5년 미국 기업 중 달러화 표시 그린본드 발행은 1월 오글소프 파워(Oglethorpe Power)가 발행한 3억5000만달러(약 5150억원) 규모의 채권뿐이다.
로펌 시몬스앤시몬스(Simmons & Simmons)의 ESG 글로벌 책임자인 소날리 시리와르데나(Sonali Siriwardena)는 “유럽 투자자들의 책임 있는 녹색 투자에 대한 강한 수요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등 배출 저감과 관련한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이번 중국의 채권 발행은 글로벌 녹색 전환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영리 싱크탱크 AFII(Anthropocene Fixed Income Institute)의 로즈 초이(Rose Choy)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디렉터는 “이번 조치는 중국의 긍정적인 행보다. 미국이 후퇴하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이 녹색 전환 의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