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플라스틱 프리' 광고에 제동…브랜드 간 그린워싱 견제 본격화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가 2일(현지시각) 청소용품 제조사 오션세이버(OceanSaver)의 '플라스틱 프리' 광고를 중단시켰다. 플라스틱 성분이 세탁 캡슐에 함유됐음에도 이를 숨기고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한 혐의로 그린워싱이 인정됐다.
이 그린워싱 제재 사례는 규제당국이 아닌 경쟁업체 에코버(Ecover)가 주도했다.
오션세이버, 과장된 '친환경' 광고로 ASA 제재
영국 오션세이버는 자사의 세탁 캡슐을 유해 화학물질 없는 100% 플라스틱 프리 제품으로, 바다를 해치지 않는다고 광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광고심의위는 "세탁 캡슐 필름에 폴리비닐 알코올(PVOH)이 포함됐으며, 이 물질이 기술적으로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며 이를 그린워싱으로 지적했다.
오션세이버는 광고심의위의 주장에 대해 "폴리비닐 알코올을 완전히 생분해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또 "폴리비닐 알코올이 수용성이며 고체 미세입자를 생성하지 않기에 EU 미세플라스틱 규제에서도 제외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인주의 유사 법안, 런던 재활용 정보와 공익과학센터 웹페이지, 동료 검토를 받은 논문을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광고심의위는 오션세이버가 제시한 증거를 모두 거부했다. 미국 주 법률은 영국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세제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런던 재활용 정보와 공익과학센터 웹페이지는 오션세이버의 세탁용품과 관련이 없다고 봤다.
광고심의위는 "이 기업이 제시한 논문에 폴리비닐 알코올의 분해율이 38~86%의 범위로 나타났다"라며, 이 점을 증거로 "완전히 생분해된다는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션세이버는 결국 '완전히'라는 표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감시당국은 바다를 해치지 않는다는 친환경 주장도 금지했다. 오션세이버는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자사 제품에 수생 생물 유해성 경고 라벨(H412)이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EU 화학물질 규정에 따르면, 수생 생물에 장기적 유해 영향이 있는 물질은 이 경고문을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광고심의위는 이 경고 라벨은 세제 내용물에만 적용되고 폴리비닐 알코올 캡슐 필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경쟁사 감시 나선 에코버…그린워싱에 업계 자정 움직임
이번 광고 제재는 경쟁사 에코버의 제소로 시작됐다.
에코버 대변인은 “기업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업계 최고 수준의 정직성과 투명성을 옹호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친환경적 선택의 배후에는 복잡한 과학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보에 입각한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브랜드들이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에코버는 폴리비닐 알코올의 분해 과정에 대한 한계도 함께 지적했다. 에코버 측은 “대부분의 가정용 세탁기나 유럽의 폐수 처리 시설에서는 폴리비닐 알코올을 환경에 무해한 성분으로 완전히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업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에코버 역시 같은 성분이 포함된 세탁 캡슐을 생산하고 있으나, ‘플라스틱 프리’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에코버는 “1.43리터짜리 액상 세탁세제 한 통과 비교했을 때, 우리 세탁 캡슐은 세탁 1회당 플라스틱 사용량을 54% 줄인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환경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