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S, 그린워싱 스캔틀로 4000억원 이상 벌금 부과 확정
도이체방크 산하 자산운용사 DWS가 그린워싱 혐의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검찰로부터 2500만 유로(약 4012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프랑크푸르트 검찰은 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DWS가 2020년~2023년까지 ESG 특성을 강조한 금융상품을 적극 홍보했지만, 그 당시 내부 조직 개편이나 시스템 구축이 홍보 내용과 사실상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DWS 스스로를 ‘ESG 리더’라고 표현하고 ‘ESG는 우리의 DNA’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잘못된 메시지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조치가 독일 금융투자법 위반에 따른 제재라며, “대외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이 실제 이행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DWS는 이번 발표 이후 “과거 마케팅 표현이 과장됐던 점을 인정한다”며 “내부 문서화 및 통제 시스템은 이미 개선됐고, 앞으로도 이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번 벌금은 이미 충당금으로 회계에 반영돼 있어 2025년 1분기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DWS는 2024년 연례보고서에서 소송 관련 충당금을 2100만 유로(약 3370억원)에서 2700만유로(약 4333억원)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미 SEC, 자산운용사에 최대 그린워싱 벌금 부과
이번 사건은 2021년 DWS의 지속가능성 최고책임자(CSO)였던 데지레 픽슬러의 내부고발로 시작됐다. 그는 DWS가 ESG 투자 규모와 자산 비율이 실제보다 부풀려 공시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독일 당국에 이를 신고했다.
DWS는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이 ESG 기준에 따라 투자 및 운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로 이후 기준을 재조정했으며 2021년 연차보고서에서는 ESG 자산 규모가 1150억 유로(약 184조5750억원)로 대폭 축소됐다. 이는 전년도 ESG 통합 자산에 해당하는 4590억 유로(737조5946억원) 대비 약 75% 감소한 수치다.
독일 검찰은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DWS 및 도이체방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CEO였던 아소카 뵈어만은 관련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DWS는 ‘ESG 통합’이라는 용어 사용을 중단했고, 아소카 뵈어만은 그 해 사임하고 슈테판 훕스 CEO로 교체됐다.
DWS는 앞서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ESG 관련 허위 진술 및 자금세탁 방지 정책 미비 등의 혐의로 1900만달러(약 277억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ESG 요소를 리서치 및 투자 판단에 통합한다”는 내용이 ‘중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진술’로 판단됐다. 이는 미국 SEC가 자산운용사에 부과한 최대 규모의 그린워싱 벌금으로 알려졌다.
DWS는 도이체방크가 약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1조유로(약 160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독일 최대의 자산운용사다.
DWS는 ESG 논란을 겪은 이후, ‘ESG 통합’이라는 라벨 사용을 중단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번 과징금에 대해 “소비자 기만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사기”라며 “이번 벌금은 업계 전체에 보내는 경고”라고 평가했다. 또한 “DWS는 사건 이후 지속가능금융 전략을 오히려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린워싱 글로벌 규제 및 소비자 소송 늘고 있어…
자산운용사 포함 여러 산업 ESG 투명성 기준 높아져
한편, 이번 DWS 제재는 ESG 그린워싱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강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
미국 SEC는 2023년, 펀드 이름과 실제 투자 내용의 일치를 요구하는 규칙을 20년 만에 개정했고, EU는 기업이 친환경성을 주장할 경우 과학적 근거와 생애주기(LCA)를 기반으로 환경 영향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영국과 호주, 한국도 잇따라 ESG 광고에 대한 심사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규제 강화에 나섰다.
그린워싱을 둘러싼 기업 제재는 확대되는 추세다. 정유사 셸과 렙솔,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ESG 마케팅 과장 혐의로 광고 금지 또는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 법률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프랑스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블랙록이 ‘지속가능한’ 펀드로 홍보한 상품에 실상은 셸·BP·셰브론 등 화석연료 기업이 포함돼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는 애플의 탄소중립 광고를 두고 소비자들이 소송에 나섰다. 광고에 사용된 탄소상쇄 프로젝트 두 곳이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DWS 사건은 ESG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흔들었다"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ESG 전략의 투명성과 실행력을 갖추기 위해 한층 더 높은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