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데이터 사라진다? 트럼프 행정부, NOAA 연구 플랫폼 중단 강행

2025-04-07     김환이 editor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조직 축소 정책에 따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해양대기연구국(Office of Oceanic and Atmospheric Research)과 연계된 외부 웹사이트 대부분이 곧 폐쇄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NOAA 해양대기연구국에 적용된 클라우드 웹서비스 계약이 ‘조기 해지’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아마존, 구글, 워드프레스 등 플랫폼에서 운영되던 해당 웹사이트들은 4일(현지시간) 오전부터 대부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웹사이트들은 NOAA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대기 질, 해양 생태계 관한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외부에 실시간 공개해온 플랫폼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과학 커뮤니티와 일반 대중에게 기후·환경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능이 중단되면서, NOAA의 공공 소통 역할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NOAA 측은 이번 계약 해지와 관련한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 효율성 부서(DOGE) 신설 이후, NOAA 주요 개편 대상에 속해

사진=NOAA

NOAA는 국립기상서비스(National Weather Service)를 통해 일상 예보를 제공해온 미국의 대표적 과학·규제 기관이다. 자체 개발한 전 세계 기후 예측 모델과 위성, 기상 관측 풍선 등을 활용해 기후, 해양, 우주, 해안 생태계 관련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했다. NOAA는 전 세계 과학자·기업·정부들이 정책 및 산업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최근 NOAA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력 및 예산 감축 기조에 따라 구조조정 압박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첫날 행정명령으로 ‘정부 효율성 부서(DOGE)’를 신설했다. DOGE는 기존 미국 디지털 서비스(USDS)를 ‘미국 DOGE 서비스 임시 조직(US DOGE Service temporary organization)’으로 개편하고, 연방 조직의 효율화 및 디지털화를 명분으로 각 부처의 예산 및 기능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부 계약, 보조금, 공공 임대 계약이 일괄 취소돼, 연방정부 기능 자체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NOAA 역시 주요 개편 대상 중 하나로 포함되면서, 일부 직원들에게 해고 가능성과 예산 삭감을 통보했으며 외국 기관과의 연락 중단 지시까지 내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스페인어 등 외국어 예보 번역 서비스 계약도 별도의 대체 없이 종료되면서, NOAA의 공공 소통 기능 자체가 축소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NOAA의 기능을 해체하고 타 기관으로 이관하려는 보수 진영의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연구소 운영도 타격…핵심 인프라 ‘N-Wave’ 중단 위기

NOAA 민영화도 제기 됐지만 "NOAA 데이터 없이 불가" 의견 제기

블룸버그가 입수한 NOAA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번 클라우드 계약 종료는 단순한 웹사이트 폐쇄에 그치지 않고, 산하 연구소의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국립강력폭풍연구소(National Severe Storms Laboratory), 지구예측혁신센터(Earth Prediction Innovation Center) 등 클라우드 기반 예보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NOAA는 내부 네트워크 인프라인 ‘엔웨이브(N-Wave)’의 공학 및 기술 지원을 위한 계약 연장도 이번 주말 만료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슈퍼컴퓨터와 데이터 센터를 연결해 기상 예보 데이터를 전송하는 핵심 인프라로, 미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 국제무역국, 국립통신정보국 등 미국 주요 부처와 파트너십을 맺어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후 계약 만료 시 “중대한 서비스 중단(significant service disruptions)”이 우려된다는 내부 경고가 나왔다. 이 외에도 차주 로컬 네트워크, 와이파이, 보안 방화벽 등을 포함한 별도 서비스 지원 계약도 연이어 종료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DOGE 측은 NOAA 민영화를 거론하며 아큐웨더(AccuWeather) 등 민간 기상 정보기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UCLA 기후학자 다니엘 스웨인은 “스마트폰의 날씨 앱 대부분은 NOAA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며 “웨더채널의 ‘웨더 온 더 에이츠’도 NOAA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 NOAA 수석과학자 크레이그 맥클린도 “NOAA 데이터는 보험, 금융, 투자 업계의 리스크 분석과 직결되며, 이를 민간이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