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이후, 기업과 행동주의 투자자간 합의 증가 추세

2025-04-08     유미지 editor
미국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과 행동주의 투자자 간의 합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픽사베이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자와의 ‘이사회 전쟁’ 대신 ‘합의’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7일(현지시각),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예티(YETI)가 행동주의 펀드 인게이지드 캐피털(Engaged Capital)과 전격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주가 하락에 시달려온 예티가 외부의 압력에 손을 내민 것이다. 

 

트럼프 관세 발언에 휘청인 예티, 결국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아

예티는 중국에 최대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월과 지난해 12월 대중(對中)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하자, 예티 주가는 잇달아 폭락했다. 여기에 시장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우려가 겹치며 예티 경영진은 궁지에 몰렸다.

결국 예티는 지난 14일, 인게이지드 캐피털과의 협력 계약에 사인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3년간 연평균 -17%의 주가 하락을 지켜본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으로 풀이된다. 

인게이지드 캐피털은 그간 예티에 대해 ▲배당 확대 ▲신시장 개척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사회 구조 개편과 전략적 전환이 이뤄질 경우, 예티 주가는 3년 안에 3배 상승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예티는 이사회의 규모를 10명으로 확대하고,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의 글로벌 브랜드 총괄사장 아르네 아렌스(Arne Arens), 툴레 그룹 AB(Thule Group AB)의 전 CEO 얀 마그누스 벨랜더(Jan Magnus Welander)를 신규 이사로 영입하기로 했다.

또한 인게이지드 캐피털은 보유 지분을 9.9% 이상으로 확대하거나 위임장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정지 협정(standstill)'에도 동의했다. 로이터는 “해당 계약에 투표 약정도 포함돼, 이사회와 투자자 간 이해가 일정 부분 조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예티 이사회 의장 로버트 K. 시어러는 “이번 인사는 회사의 장기 전략적 변화의 일환”이라며 “새 이사들의 소비자 브랜드에 대한 전문성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티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지만 인게이지드 캐피털과의 협력 사실이 알려진 이후 예티의 주가는 약 6% 상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업계 전문가들, 투자자와 기업이 협력할 수록 주주 투표는 줄어들 것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 경제 환경에서 기업과 행동주의 펀드 간의 ‘공존’이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로이터가 투자자, 변호사, 금융인 등 12명을 취재한 결과, 미국 내 관세 전쟁, 연방정부 해고 사태, 경기침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사전 합의’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2025년 1분기에만 29개 글로벌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와 사전 협의를 통해 갈등을 피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던컨 헤링턴 재스퍼 스트리트 파트너스 대표는 “이런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향후 수개월 간 더욱 많은 기업-펀드 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흐름은 예티뿐 아니다. 최근 사이버 보안기업 래피드7(Rapid7)은 행동주의 펀드 자나 파트너스(Jana Partners)와의 협상을 통해 3명의 이사를 추가했다. 존슨앤존슨에서 분사한 소비자 건강 기업 켄뷰(Kenvue)는 스타보드밸류(Starboard Value)와 손잡았다.

미국 로펌 빈슨 앤 엘킨스의 로렌스 엘바움 공동대표는 “이사회 싸움을 피하고 본업에 집중하려는 CEO들의 수요가 크다”며 “투자자들도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며 빠른 성과를 위해 타협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필립스 66(Phillips 66), 오토데스크(Autodesk), US스틸(US Steel) 등은 여전히 이사회 장악을 놓고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갈등보다는 ‘협상’이라는 우회로를 모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행동주의 투자자가 제안한 후보자를 고려하는 이사회가 더 많아졌다. 특히 경험이 풍부한 후보자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주주 자문사 ICR의 린든 파크 대표는 로이터에 “양측 모두 손익을 따지기 시작했다. 이해만 맞는다면 합의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