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력소비 증가 대비해 석탄 생산 확대 행정명령 서명

2025-04-10     김환이 edito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탄 산업 확대를 위한 여러 행정명령을 승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인공지능(AI), 제철,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에겐 지금보다 두 배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AI산업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석탄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그는 “가동 중단된 발전소는 다시 가동하거나, 철거 후 새로 지을 것”이라며 “광부들을 다시 일터로 돌려보내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lobal Energy Monitor)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 내 약 770개의 석탄 발전 설비가 폐쇄됐으며, 석탄 산업 종사자도 10년 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어 약 4만 명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경제 전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와 AI 경쟁력 위해 석탄 필요”

행정명령에는 폐쇄 예정 발전소의 운영 재개 지원, 석탄 관련 기술 개발 및 수출 확대, 환경 규제 유예 등 다양한 조치가 포함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에게 제철용 석탄(metallurgical coal)이 ‘핵심 광물’로 지정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정이 이뤄질 경우, 제철용 석탄은 국방 산업과 연계된 '전략 자원'으로 분류돼 비상 권한을 통한 생산 확대가 가능해진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950년 제정된 ‘국방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근거로 폐쇄 예정이었던 석탄 발전소 운영을 재개하고, 신규 석탄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변화로 석탄 사업이 종료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투자 보호 조치도 약속했다.

연방 토지 내 석탄 채굴 임대가 금지됐던 조치도 이번에 해제되면서, 민간 기업의 채굴권 확보도 다시 가능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플리커

이 외에도 ▲석탄 부산물을 배터리, 흑연, 건축자재로 전환하는 신기술 개발 지원 ▲미국산 석탄 및 관련 기술 수출 촉진 ▲연방 토지 내 채굴 시 로열티 인하 방안 등이 이번 행정명령에 포함됐다.

또한 2000억 달러(약 295조5000억원) 규모의 연방 대출 프로그램은 석탄 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확대됐다. 이전 행정부는 해당 자금을 탄소포집 기술에만 한정해 적용했다.

 

석탄 산업 둘러싼 환경 규제까지 완화돼…

석탄 산업 "경제적 가치 있다" vs. 환경단체 "낡은 에너지 비용 부과" 

석탄 산업에 대한 환경 규제도 한층 완화된다.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최근 석탄 발전소의 수은 등 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면제 절차를 개시했다. 이에 따라 47개 기업이 운영하는 60여 개 석탄 발전소는 향후 2년 간 완화된 환경 기준을 적용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州) 정부의 기후 법령들이 석탄 산업을 억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탄소세, 온실가스 규제 등 주요 법령들의 위헌성을 검토하고 시행 중단을 위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예정임을 밝혔다.

석탄 산업계는 이번 조치를 일제히 환영했으며, 이번 발표 이후, 미국 대표 석탄 기업인 피바디(Peabody)와 코어 내추럴 리소스(Core Natural Resources) 주가는 각각 약 9% 급등했다.

전미광업협회(National Mining Association)의 리치 놀런(Rich Nolan) 회장 겸 CEO는 “이번 명령은 미국산 석탄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경제적 기회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석탄 산업 단체 아메리카스 파워(America’s Power)의 미셸 블러드워스(Michelle Bloodworth) 회장은 “이번 조치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석탄 발전소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내추럴 리소스 디펜스 카운슬(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전력 담당 이사 킷 케네디(Kit Kennedy)는 “석탄 발전소는 환경적으로 뒤처진 기술”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에너지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책으로, 2029년까지 미국 풍력 에너지 40% 감소 예측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재생에너지 억제 정책으로 미국 내 재생에너지 시장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업체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가 같은 날 발표한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미국 내 신규 풍력 에너지 설비 전망치를 이전보다 40% 낮춘 45.1기가와트(GW)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였던 75.8GW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강화 조치와 경제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연방정부의 신규 풍력 임대 및 허가 절차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풍력 터빈이 크고 비효율적이며, 야생동물에 해롭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풍력을 탈탄소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 기조다.

우드맥킨지의 연구원 스티븐 말도나도(Stephen Maldonado)는 “풍력 시장이 일부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정책 불확실성과 경제 압력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제약이 따를 것”이라며 “전력 수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정책 리스크가 시장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