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후 대응은 연방정부 소관”…주정부 법안 제재 명령
미국 백악관이 주정부의 입법 권한 제한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화석연료 감축과 탄소배출 규제를 겨냥한 주정부 법률의 집행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국가적·국제적 사안이며, 관련 권한은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트럼프는 석탄산업 부흥을 위한 별도 행정명령에도 서명, 국내 에너지 생산 확대를 명분으로 민주당 주도의 탄소 감축 정책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주정부 정책 위헌 시사…기후 규제는 연방 정부의 몫
이번 행정명령에는 법무장관에게 각 주의 기후변화, ESG 이니셔티브, 환경 정의, 탄소 배출 관련 법률을 조사하고, 위헌 소지가 있을 경우 이를 제재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과 버몬트주의 화석연료 기업 대상 벌금 부과 조치, 캘리포니아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에너지 기업을 상대로 한 주정부 소송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러한 정책들이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기후변화 대응은 국제 문제이며, 개별 주가 독자적으로 규제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에너지 정책 전반을 통합 관리할 새로운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National Energy Dominance Council)’를 신설하고, 연방 부처 간 권한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조정 기구로 구성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각 부처의 인허가, 생산, 유통, 규제 업무를 총괄하면서 민간투자 촉진과 규제 완화를 함께 추진하게 된다.
석탄 회귀 명분 내세운 연방 우위 선언…법적 반발 확산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발표한 또 다른 행정명령을 통해, 폐쇄 예정이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연장하고, 연방 토지 내 석탄 채굴 확대, 유해물질 배출 규제 2년 면제 등의 조치도 단행했다. 데이터센터와 AI, 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를 퇴출시킬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환경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환경법 전문 비영리 단체 보존법재단(Conservation Law Foundation)의 브래드 캠벨(Brad Campbell) 회장은 “이는 법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며, “수 세기 동안 유지돼 온 연방주의 체계와 헌법의 언어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캠벨 회장은 보수 성향인 현 연방 대법원조차도 이번 조치가 주정부의 입법 권한을 침해하는 수준이라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기후동맹(U.S. Climate Alliance) 공동의장인 뉴욕주 캐시 호철(Kathy Hochul), 뉴멕시코주 미셸 루한 그리샴(Michelle Lujan Grisham) 주지사는 “연방정부가 일방적으로 주의 독립적 권한을 박탈할 수 없다”며, “우리는 주권과 법의 국가이며 결코 단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기후동맹은 주정부 주도의 기후 대응 연합체로,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식화한 직후 결성됐다. 현재 24개 주와 미국령 1개 지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미국 인구의 약 55%,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미국석유협회(API)와 국립광업협회(NMA)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전력 공급 안정을 위한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법률 전문가들이 이번 명령이 법적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