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립정부, 독일 공급망 실사법 즉각 폐지 합의...EU 옴니버스 패키지로 대체
독일의 3당 연립 정부가 독일 공급망 실사법(LkSG)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은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된 ‘독일을 위한 책임’이라는 제목의 144쪽 분량의 연립 정부 합의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z, LkSG)은 독일 내 자회사와 미국 및 기타 해외 다국적 기업의 지사를 포함한 대규모 독일 기업들이 사업 및 공급망에서 인권 및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법이다.
초기에는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기업에 적용되었으며, 2024년부터는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확대되었다. 위반 시 LkSG에 따른 벌금은 총매출액의 최대 2%에 달한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공급망 실사법을 적용 범위가 더 좁은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 실사지침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는 특히 재계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이미 국내법을 지키고 있는데, 조건이 더 많은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 실사지침을 적용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EU의 법은 적용 범위가 좁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측면에서 독일의 법에 비해 엄격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은 벌금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재정적·법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시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유사한 법률이 존재하는 곳에서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과 같은 조치를 사용할 경우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EU가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CSDDD가 수정되었고, 독일이 이를 지지하면서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폐지로 이어졌다.
새로운 정당 연합은 EU 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우리는 EU의 지속가능성 보고 내용에 대한 광범위한 요구 사항,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요구 사항을 크게 줄이고 연기하기 위한 위원회의 '포괄적 조치'를 지지한다"라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연립 정부는 '관료주의 감축을 위한 즉각적 프로그램(Sofortprogramm Bürokratieabbau)' 에 따라 LkSG의 보고 의무는 즉시 폐지된다고 전했다.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를 제외하고는 EU 전역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이 발효될 때까지 현행 실사 의무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독일 기업의 수가 5200개에서 1000개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연립정부는 예상했다.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로 대체...28년 7월 적용예정
CSDDD 법안은 2024년 5월에 채택되어 2027년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의회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의 시행 일정을 늦추는데 합의하면서 시행이 미뤄졌다.
‘옴니버스 패키지’라는 이름의 수정안에 따라 아직 보고를 시작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CSDDD의 전환 및 시행이 1년간 연기되고, CSRD의 경우 2년 연기된다.
수정된 CSDDD 제안에는 기업이 가치 사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비즈니스 파트너 선에서 실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모니터링 주기도 1년에서 5년으로 완화된다. 또한 대기업 가치 사슬 내 중소기업에 요청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에도 제한을 두는 내용이 포함된다.
글로벌 로펌 롭스앤그레이(Ropes & Gray)는 이번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폐지에 대해 독일의 의무적인 인권 및 환경 실사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예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연정 협약은 각 당의 공식 승인 절차를 거쳐 4월 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