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산 석유 가스 수입 중단 계획 5월 발표…미국산 LNG로 대체 고려 중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수입을 점진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5월 6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은 2027년까지 러시아산 연료 수입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집행위는 해당 계획을 두 번이나 연기하며 발표를 계속 미뤄왔다. 이 계획은 당초 2월 26일 공개될 예정이었다.
EU 소식통은 지연된 이유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했다. 또한 “에너지 무역이 EU-미국 무역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2019년 러시아는 유럽에 1910억 입방미터(bcm)의 천연가스를 판매했다.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은 2022년 이후 급감했지만 2023년엔 수입이 오히려 증가했다. 2024년 러시아는 EU에 45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판매해 전체 가스 및 LNG 공급의 1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은 석유에 제재를 가했던 것과 달리 러시아산 가스 수입에는 제재를 적용하지 않았다.
유럽은 대체 공급원으로 미국산 LNG 수입을 검토 중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5월에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막을 계획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어떤 방안을 제안할 계획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의 분석가들은 "EU가 러시아산 가스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EU는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LNG를 구매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미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더 많은 에너지를 판매하는 것이 EU와의 무역 적자를 없애기 위한 행정부 노력의 핵심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LNG는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유럽에서 발생한 러시아로 인한 에너지 공급 격차를 메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작년에 미국산 가스는 유럽연합 수입량의 16.7%를 차지했다. 이는 33.6%를 차지한 러시아, 18.8%의 노르웨이에 이어 세 번째로 수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에서 에너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일부 기업과 EU 외교관들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또 다른 취약점이 될까 경계하고 있다.
유럽 내 에너지 기업들, 러시아산 가스 유지하는 방법도 고려
주요 유럽연합 기업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휴전 협상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러시아산 가스를 일부 수입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엔지(Engie)의 수석 부사장인 디디에(Didier Holleaux)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적당한 평화가 찾아온다면 LNG를 포함해 연간 600억 입방미터, 어쩌면 70억입방미터의 유량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형 석유 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의 CEO패트릭 푸야네(Patrick Pouyanne)은 "유럽이 미국산 가스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푸야네 CEO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은 한두 가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여러 경로를 통해 다각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 전처럼 러시아로부터 1500억입방미터를 수입하던 때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아마 70억입방미터 정도를 수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의 산업단지 운영사인 인프라레우나(InfraLeuna)의 전무이사 크리스토프 귄터(Christof Guenther)는 "우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기다릴 수 없다"라고 전했다.
그는 "독일 화학 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5분기 연속으로 줄었으며, 이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권터 전무이사는 "러시아산 연료 공급을 재개하면 현재의 어떤 보조금 프로그램보다 가격이 더 많이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