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ESG투자에 석유·가스주 고려 주장
- 국방처럼 석유·가스도 ESG투자 포트폴리오에...도발적 제안 - '에너지전환 위해 필요' vs '화석연료만큼은'...투자자 간 논쟁 가열
최근 유럽의 에너지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에서 손을 떼고 화석연료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가운데, ESG 투자자들이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접근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 투자는 일반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인권 존중, 기업 투명성 등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을 선호한다. 이에 따라 담배, 무기, 도박, 화석연료 산업은 이른바 ‘4대 죄악산업’으로 분류돼 ESG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배제돼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 화석연료 산업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석유·가스도 국방처럼 재평가 필요”
골드만삭스의 미셸 델라 비냐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천연자원 리서치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산업에 대한 투자 기준이 재검토된 것처럼,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접근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투자자들이 에너지 전환에 대해 가진 시각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접근법은 조만간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델라 비냐는 석유·가스 기업이 ESG 포트폴리오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에너지전환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석유 수요는 2030년대 중반, 가스 수요는 2050년대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2040년대까지는 신규 유전·가스전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자원을 공급할 기업에 대한 투자는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둘째, 석유·가스 기업은 저탄소 에너지 분야의 최대 투자자 중 하나인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에너지 기업과의 소통과 자금유통이 끊긴다면 오히려 에너지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셋째, 석유·가스 기업은 시장 조성자이자 위험 감수자라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라도 석유·가스 기업같이 큰 자금력과 실행력을 갖춘 투자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이들의 자본, 위험 감수력, 기술 역량이 필요하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이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 위해 필요' vs '화석연료만큼은'...투자자 간 논쟁 가열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사소은행(Saxo Bank)의 ESG 상업부문 책임자 이다 카사 요한네센(Ida Kassa Johannesen)은 “국방 기업의 ESG 편입이 용인된다고 해서 화석연료 기업까지 받아들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기록적인 기온 상승, 온실가스 배출 증가,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에너지전환이 목적인 ESG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또한 에너지전환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화석연료 수요가 2030년까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2050년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더 이상 신규 석유·가스 개발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수차례 경고해왔다. 특히 2024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고, 이는 화석연료 연소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석유·가스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 앨런 굿(Allen Good)은 “석유·가스 기업이 ESG 포트폴리오에 완전히 수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린다면 다소 느슨한 접근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ESG의 본질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이라며, “하지만 어떤 기업이 일정 금액 이상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거나 수익 구조의 일정 비중을 청정에너지로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면 포트폴리오에 넣는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