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역풍에도…GM, 전기차 전환에 350억달러 투자 ‘승부수’
GM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환경 정책 속에서도 전기차 전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각) GM이 350억달러(약 49조6440억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를 단행, 테슬라보다 많은 북미 배터리 셀을 생산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 고수 전략, 트럼프 시대의 정면 돌파
이 같은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화석연료 정책,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축소 예고, 관세 인상 등 불리한 정책 환경에서도 후퇴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실제로 GM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생산 능력 확보와 저가 모델 확대를 중심으로 전기차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테네시의 얼티엄셀(Ultium Cells) 공장에서 시간당 5000개의 배터리 셀을 생산 중이다.
얼티엄셀 공장과 오하이오주의 자매 공장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소유하고 있으며, 매분 전기차 한 대에 해당하는 배터리 셀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현재 완전 가동 중이 아님에도 테슬라보다 북미 지역에서 더 많은 셀을 생산하고 있다.
GM 프로젝트 엔지니어링 및 제조 책임자 조시 타벨(Josh Tavel)은 “시장이 더 많은 전기차를 원한다면 우리는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수요 반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한편 GM은 생산 능력 확대에 그치지 않고, 가격 접근성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만달러(약 4200만원)대의 예산형 쉐보레 볼트(Chevrolet Bolt)를 올해 말까지 부활시켜, 현재 판매 중인 12개 전기차 모델 라인업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배터리 구조 혁신으로 원가 절감 가속
GM은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테슬라(Tesla) 출신인 쿠르트 켈티(Kurt Kelty) 부사장이 이끄는 전략이다.
켈티는 2024년 배터리 팩 단가를 킬로와트시당 60달러(약 8만5000원) 줄였고, 올해는 30달러를 추가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현실화될 경우, 배터리팩 단가는 약 100달러(약 14만1800원)로 떨어져 테슬라보다도 낮아질 수 있다.
현재 쉐보레 블레이저(Chevrolet Blazer)나 이쿼녹스(Equinox) EV의 배터리 팩 비용은 약 1만3000달러(약 1800만원)로, 내연기관보다 몇 배나 비싸다. GM은 일부 모델에서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GM은 기존의 얼티엄 셀(Ultium cell) 구조를 프리즈매틱 셀(prismatic cell)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얼티엄은 셀 24개를 먼저 하나의 모듈로 묶고, 다시 모듈 10개를 조립해 배터리 팩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구조가 복잡하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프리즈매틱 셀은 셀 하나하나가 금속 외장으로 강도를 갖추고 있어, 모듈 없이도 바로 팩을 구성할 수 있다. 벽돌처럼 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부품 수가 줄고, 조립 공정도 간단해져 생산 비용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GM은 프리즈매틱 셀 도입을 위해 삼성SDI와 첫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는 자체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LFP 도입·공급망 내재화로 가격 경쟁력 확보
GM은 배터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도 도입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 적어 주행거리가 짧은 대신, 기존 리튬이온보다 생산비가 훨씬 저렴하다. 새로운 쉐보레 볼트(Chevrolet Bolt)와 실버라도(Silverado) 전기 픽업트럭에 적용되며, 주행거리는 490마일에서 350마일로 줄지만 차량 가격은 6000달러(약 850만원) 낮아진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GM은 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흑연의 90%가 중국산이지만, 켈티 부사장은 이를 미국 내 조달이 가능한 실리콘 소재로 대체할 계획이다. GM은 또 네바다주에서 리튬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와 6억2500만달러(약 8900억원) 규모의 합작 투자를 통해 현지 리튬 채굴에도 나섰다.
이러한 공급망 재편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세 충격을 줄이고 비용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GM은 인디애나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새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BYD처럼 미국 내 생산 기반과 자재 확보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공급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GM의 전기차 판매는 2024년 두 배로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GM 전기차 구매자의 60% 이상은 기존에 GM 차량을 보유한 적이 없는 신규 고객층이다. 캐딜락(Cadillac)과 쉐보레(Chevrolet)가 약세인 미국 해안 지역에서 전기차를 통해 브랜드 확장 기회를 얻고 있는 셈이다.
조시 타벨(Josh Tavel) 제조 책임자는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에 가까워지면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직접 경험한 고객은 모두 똑같이 말한다. 선택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