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소 생산 목표 2030년까지 6.5GW에서 4.5GW로 하향
프랑스 정부가 203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 목표를 6.5GW에서 4.5GW로 하향 조정했다. 2035년 중장기 목표 역시 10GW에서 8GW로 낮췄다.
최근 수소 프로젝트의 잇따른 중단과 구조조정 상황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프랑스 경제산업부(France’s Ministry of Economy and Industry)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저탄소 수소에 관한 국가 전략(national strategy on low-carbon hydrogen)’을 발표하면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수소 솔루션 구현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기술 성숙도, 글로벌 경쟁, 탈탄소 기술 진보 등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 목표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수소 생산 지원을 위한 40억 유로(약 6조44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 계획은 유지하며, 향후 수소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비용, 투자 회수 지연 등으로 수소 상용화 뒤쳐져
프랑스는 2020년 최초 수소 전략을 수립한 이후, 150개 이상의 수소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2021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 주도로 청정 수소에 90억유로(약 14조4900억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수소 산업이 높은 생산 비용, 투자 회수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프랑스도 이에 대한 정책 방향을 일부 조정하게 된 것이다.
실제 프랑스에서 현재까지 확보된 수전해 설비 역량은 0.4GW에 그치며, 추가 0.2GW는 자금 지원 여부를 고려 중인 상태다. 정부가 설정한 중장기적 수소 전략 목표에 비춰볼 때, 실질적인 보급 속도가 상당히 뒤처져 있는 셈이다.
이번 목표 조정은 프랑스 수소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최신 사건들과 맞물려 발표됐다.
이틀 전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 전기분해기 제조사 맥피 에너지(McPhy Energy SA)의 매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맥피 에너지는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공공 보조금을 지원받아 ‘프랑스 최초의 그린 수소 생산용 기가팩토리’를 개발 중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을 겪고 있어, 재정난을 이유로 매각 의사를 밝혔다.
선박·에너지 기술업체 가즈트랑스포르 & 테크니가즈(Gaztransport & Technigaz SA)도 올해 초 전기분해기 공장 건설을 중단했으며, 지난달에는 덴마크의 그린 하이드로젠 시스템스(Green Hydrogen Systems)도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하는 등 유럽 수소 산업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수소를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 솔루션의 잠재력은 확인됐지만, 실제 기술 구현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수소 산업 미래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소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관련 투자와 정책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표했다.
수소 프로젝트 보조금, R&D 투자 등 수소 생산 확대 지원
프랑스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수소차 프로젝트 재가동 등을 통해 기술·인프라·규제 기반을 정비하고, 수소 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한 새로운 지원책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전략에 따라 정부는 최대 1GW 규모의 전해조 프로젝트에 대해 15년간 총 40억 유로(약 6조4400억원)의 생산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수소 생산업체가 생산한 수소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2023년 발표된 이후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프랑스 산업경제부는 "이번 전략 개편은 철강, 시멘트, 운송 등 고배출 산업 분야의 탈탄소 전환에서 수소가 갖는 핵심적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전기분해기(electrolyzer) 제조사인 젠-하이(Gen-Hy)를 지원하고, 수소 기술 관련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에도 투자를 재개할 예정이다.
올해 후반기에는 수소 기반 밴 차량 구매를 대상으로 한 신규 보조금 공모도 실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교통 분야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수소 수요 기반 확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속적인 정책 보완을 통해 수소 산업의 혁신성과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