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상쇄로 OK?”…유럽 최대 정당 대표,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철회 요구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EU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EPP의 대표 만프레트 베버(Manfred Weber)는 탄소 배출이 상쇄되는 조건이라면 휘발유·디젤 차량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전통적인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운행하되, 이산화탄소를 토양에 저장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도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베버는 하이브리드차나 주행거리 연장차량(range extender)도 대안으로 거론했다.
고비용·중국산 공세·미국 관세까지…흔들리는 유럽 자동차업계
베버의 발언은 EU가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조치를 두고 논쟁 중인 가운데 나왔다.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은 치솟는 비용과 저가 중국산 수입품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과 보쉬(Bosch) 지난해 수천 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업계의 강한 반발에 따라 유럽 집행위는 배출가스 규제를 연간 기준이 아닌 3년 평균치로 적용하는 유예 조치를 도입했다. 그러나 2035년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2024년 수치를 기준으로 약 670억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자동차 수출이 미국의 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베버는 EPP가 “경제 성장과 생태적 책임이 공존할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고자 한다”면서 “동시에 완전한 기술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다양한 기술이 존재하며, EU의 탄소 감축 목표만 충족된다면 업계가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나는 정치인으로서 어떤 기술이 채택될지 모르고, 또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기업이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 내연기관차 금지는 확고…예외 적용 논의는 ‘속도전’
반면, EU 기후정책을 담당하는 집행위원이자 EPP 소속인 봅커 훅스트라(Wopke Hoekstra)는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방침에 대해 반복적으로 집행위의 확고한 입장을 강조해 왔다.
해당 법은 2026년에 공식 재검토될 예정이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과 자동차업계의 압력에 따라 EU는 관련 논의를 앞당겨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는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제조된 대체연료인 e-연료(e-fuel)를 사용하는 차량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EU 고위 관계자는 베버가 주장한 탄소상쇄 기반 예외 적용이나 하이브리드·주행거리 연장차량 허용에 대해 “이례적인 접근이며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올해 1~2월 EU에서의 전기차 판매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CEA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8.4% 증가했다. 독일에서는 1월과 2월 동안 전기차 신규 등록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