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후 NGO 면세 혜택 박탈 추진…미국 주요 재단 '기후 전략 수정'
지구의 날(Earth Day)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 관련 비영리단체의 세금 면제 혜택을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복수의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측이 관련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지구의 날은 1970년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드 넬슨(Gaylord Nelson)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미국 환경보호청(EPA) 설립의 계기가 된 상징적 기념일이다.
"기후·인종 정의" 강조 단체, 세금 혜택 위협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연방정부의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 EJ) 프로그램을 공식 폐지하는 행정명령(EO 14151호)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연방기관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직책을 보고하도록 하고, 관련 정책과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이어 트럼프 측은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나 인종 정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비영리단체들은 세금 면제 혜택, 즉 연방세법 501(c)(3)항에 따른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단체는 정부 감시를 우려해 홈페이지에서 ‘기후변화’라는 표현을 식량 안보, 공중보건, 경제 성장 등으로 바꿔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재단들 ‘긴장 고조’…“기초부터 다시 점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하버드대의 면세 혜택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내 수많은 대학·교회·재단은 세금 면제와 기부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 연방세법 제501조(c)(3)항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조항은 비영리 조직이 연방 소득세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제501조(c)(3)항에 따라 자격을 갖춘 조직은 연방 소득세를 면제받으며, 기부자는 해당 조직에 대한 기부금을 세금 공제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조직은 설립 목적이 자선, 종교, 교육, 과학, 문학, 공공 안전 시험, 전국 또는 국제 아마추어 스포츠 경기 촉진, 아동 또는 동물에 대한 학대 방지 등이어야 한다.
아울러, 정치 후보자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포함한 선거 캠페인 활동은 금지되며, 로비 활동 역시 조직의 주요 업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이 따른다.
록펠러재단(the Rockefeller Foundation), 게이츠재단(the Gates Foundation), 포드재단(The Ford Foundation), 베조스 어스 펀드(the Bezos Earth Fund) 등 미국 주요 재단들 역시 기후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재단들은 대부분 501(c)(3)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록펠러재단의 라지브 샤(Rajiv Shah) 회장은 “기초로 돌아갈 때”라고 언급하며 기후 활동 방향 재조정을 시사했다.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재단(The Breakthrough Energy Foundation) 또한 지난 3월 공공정책 관련 예산과 인력을 감축했다.
800만 달러(약 113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스콜재단(the Skoll Foundation)에서는 최근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달 돈 깁스(Don Gips) 대표가 사임하며 “우리가 기반으로 삼았던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창립자 제프 스콜(Jeff Skoll) 역시 기조 변화의 신호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사회변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영화사 파티시펀트 미디어(Participant Media)를 폐쇄했고, 올해 2월에는 국제개발처(USAID)를 국무부로 이관하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이 방안은 기후, 빈곤, 보건 등 글로벌 이슈에 자금을 투입해온 USAID의 독립성과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후 NGO 아마존워치(Amazon Watch)의 폴 파즈 이 미뇨(Paul Paz y Miño) 부국장은 “면세 지위 박탈은 단체 운영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며, “이런 조치는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다중 전선 전략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