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아 태양광에 최대 3500% 관세…라오스·인도네시아 반사이익
미국 정부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셀 및 모듈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상계관세를 사실상 확정했다.
로이터는 21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산 제품에 대해 최종 관세율을 발표하며 1년여간 이어진 무역 조사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한화·퍼스트솔라가 시작…중국계 우회 수출 겨냥
이번 조치는 한국의 한화큐셀(Hanwha Qcells), 미국의 퍼스트솔라(First Solar), 그리고 중소 태양광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미국 태양광 제조무역위원회(AASMT)’가 제기한 청원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중국계 기업들이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세운 뒤 저가로 미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종 확정된 관세율은 기업과 국가별로 편차가 크지만, 2024년 말 발표된 예비 조치보다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말레이시아산 진코솔라(Jinko Solar) 제품에는 41.56%의 비교적 낮은 세율이 적용된 반면, 태국산 트리나솔라(Trina Solar) 제품에는 375.19%라는 초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특히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캄보디아 업체 제품은 3500%가 넘는 관세를 적용받았다. AASMT 측 법률대리인 팀 브라이트빌(Tim Brightbill) 변호사는 “이번 조치는 중국계 기업들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는 강력한 대응이며, 미국 태양광 제조업에 가해진 피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지형 재편…IRA 수혜 반감 우려도
이번 고율 관세 결정은 미국 태양광 공급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4개국은 2024년 기준 미국 수입 태양광 제품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된 올해 들어 수입량이 급감한 바 있다.
반면, 라오스와 인도네시아 등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국가들의 수입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IRA 시행 이후 미국 내 태양광 생산설비 투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공급선이 재편되면서 업계 전반의 구조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셀 조립업체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공장들은 수입 셀을 활용해 모듈을 조립하는 구조인데, 셀 가격이 오르면 자국 내 완제품 경쟁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EIA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이전에도 반복적으로 관세 강화가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최종 관세 발효를 위해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단이 남아 있다. 오는 6월, ITC는 해당 수입품이 미국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쳤는지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게 되며, 이 결과에 따라 이번 조치의 법적 효력이 확정된다.